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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부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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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부의 두 얼굴

입력
2018.06.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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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꿈꾸며 청년들은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는 정책금융을 통해 창업자금을 시장에 쏟아붓고 있으며, 상생을 명분으로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청년창업을 지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정부는 페이스북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을 키워내는데 청년창업의 목표를 두기 보다는 청년창업을 기반으로 증가하는 신설 법인 수와 감소하는 청년실업률에만 관심을 두는 듯 하다. 올해 1분기 신설 법인 수는 2만6,747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규 벤처 투자금액도 6,3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으며 코스닥 지수도 32% 상승했다.

창업 지원 예산 규모와 창업된 스타트업 수만으로 혁신성장의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눈 먼 정부 자금으로 창업 한 번 못 해보고 대학을 졸업하면 바보 소리 듣는 지경에 이르렀다.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것과 그로 인해 창업된 법인 수가 늘어난 것만으로 혁신성장을 위한 창업생태계가 구축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청년창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우리의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 그리고 그 기업에 투자됐던 자금은 회수돼 또 다른 창업에 투자돼야 한다.

천문학적 자금을 창업시장에 쏟아부으며 창업시장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스타트업이 빠른 시간 내에 중견기업, 더 나아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목은 막혀 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와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등 뿌리 깊은 반기업 정서를 등에 업고 정부가 쏟아내는 정책들 속에서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아이를 낳아서 걱정 없이 교육시키고 그 아이가 성인이 돼 걱정 없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 없이 몇 푼의 출산과 육아 보조금만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의 출산정책이나,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노력 없이 몇 푼의 자금만으로 창업을 장려하는 정부의 창업정책이나,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 성과를 만들어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을 대표하는 성공적인 벤처 창업 사례로 네이버, 카카오, 넥슨, 넷마블 등을 꼽을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은 아마존과 비슷한 시기에 그리고 넷마블은 페이스북과 비슷한 시기에 창업됐다. 아마존과 페이스북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공룡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네이버, 카카오, 넥슨, 넷마블은 준대기업으로 지정돼 시장의 반기업 정서와 견제, 그리고 정부 규제 속에 신사업을 만들어 내고 시장을 확대해 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업이 어려워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청년들의 창업은 기꺼이 도와줄 수 있지만, 그들이 성장해서 글로벌 기업을 일구어 가는 것은 배 아픈 우리다. 성장을 꿈 꾸지 못하는 창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가는 첨병 역할을 벤처 기업들이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혁신적인 사고와 열정으로 벤처 기업들이 성장해 갈 수 있는 사다리를 놓아 주어야 한다. 물론 성장해 가면서 일부 대기업의 부정적인 행태를 답습하는 벤처 기업인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비전과 그 비전을 실현하려는 그들의 노력이 충분히 빛을 발하기도 전에, 각종 규제와 반기업 정서에 발목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녀의 학교 선생님은 불신하면서 자녀가 학교 교사가 되기를 바라는 우리, 자녀가 대기업에 취업하기를 희망하면서 대기업을 증오하는 우리, 자녀가 벤처를 창업해서 기업인이 되기를 바라면서 기업인을 불신하는 우리, 우리도 이러한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태도를 버려야 한다.

박희준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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