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입을 빌리면 “못 말리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아마추어 여자 축구가 있는지 없는지, 여자들이 축구를 좋아하는지 아닌지에 전혀 관심 없는 세상의 곳곳에서 축구에 푹 빠진 여자들이 축구를 시작하고, 축구를 시작하게 끌어주고, 축구를 하다가 다치고, 힘겹게 재활하고, 그래 놓고 또 기어들어 오고, 축구를 못 해서 병이 나고, 축구를 공부하다 못해 심판 시험 준비를 시작하고, 축구를 좀 더 잘해보겠다고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매일매일 연습”을 하는 이야기.
저자의 유쾌한 글재주에 배꼽 잡고 웃다가, 눈물도 찔끔 나는 에세이다. 사람은 모이지 않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오던 ‘개인주의자’가 팀이 아니고서는 시작조차 할 수 없는 축구에 푹 빠져든 과정에 독자 역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축구 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는 흔치 않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월드컵도 남자들의 경기다. 학창시절 남학생들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축구를 할 동안, 여학생들은 모퉁이 한 쪽에서 피구와 발야구를 하도록 받은 체육 교육이 그 시작점일지도 모른다. 체육을 좋아했던 소녀, 저자 김혼비씨는 해외 경기까지 시청하는 열혈 축구팬으로 살다가 아마추어 여자 축구단에 들어갔다. 직접 공을 다루고 경기를 뛰는 경험은 그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축구의 세상을 열었다.
아마추어 선수 김혼비의 성장일기(현재까지 1 어시스트, 1 자책골을 기록 중)로 읽히기도 하고, 축구 규칙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겐 쉽게 접하는 축구입문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여자 축구선수들을 주인공으로 한 ‘인간극장’에 비유될 만하다. “일 나가고 아이 돌보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 어떻게든 일상에 축구를 밀어 넣는 이 여정 자체가 어떻게든 골대 안으로 골을 밀어 넣어야 하는 하나의 축구 경기”인 사람들. 지금 아마추어 여자 축구단의 주축 선수 중 40~50대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들의 축구를 향한 열정만큼은 그 무엇보다 뜨겁다. 축구를 위해 쇼트커트를 마다하지 않고, 종아리 알통까지도 개의치 않는, 그저 마른 몸보다 축구를 잘 할 수 있게 건강한 몸을 갈망하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변화시킨다.
그러나 ‘여자가 축구를 한다고?’와 같은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을 맞닥뜨리는 순간은 이들을 피해가지 않는다. 국가대표 출신 선수에게까지 훈수를 두기 시작하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 그들의 입을 막는 방법은 결국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뿐. 골기퍼의 머리 위를 넘기는 높고 느린 슛을 일컫는 ‘로빙슛’처럼 우아한 방법으로 여성들은 그들을 눌러 준다.
호쾌한 여자축구는 한 편으로는 편견과 싸우는 일이다. 그래서 저자는 축구 하는 여자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한다. 저마다의 열정을 가진 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축구를 하며 보내는 시간은 ‘여자는 할 수 없는 일 목록’에 들어갈 일 하나를 줄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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