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평화당이 창당 4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6ㆍ13 지방선거에서 내심 기초단체장 최대 10석 확보를 노렸지만 반토막이 났고, 광역ㆍ기초의원 당선도 목표치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호남에서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려던 당초 자신감과 달리 냉혹한 민심을 체감하며 방향타를 재설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평화당은 전북 익산ㆍ고창, 전남 고흥ㆍ해남ㆍ함평 등 5곳에서 기초단체장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당선을 확신하며 공을 들인 전남 목포를 내줬고, 화력을 쏟아 부은 전북 남원에서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전남ㆍ전북지사에 후보를 냈지만 민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현격한 차이로 패배했다. 대부분 비례로 당선된 광역ㆍ기초의원은 가까스로 59석을 확보했지만 ‘호남 절반 당선’이라는 목표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에 따라 김경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14일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김 의원은 “기대와 염원에 미치지 못해 송구하다”며 “백의종군해 당과 당원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은 20일 소속 의원 전원이 참가하는 연찬회를 열고 선거 평가와 향후 진로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평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오로지 호남에 ‘올인’했다. 하지만 전략적 요충지인 광주시장은 끝내 후보조차 내지 못했고,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은 민주당의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텃밭에서도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외연을 확장하지 못한 지역정당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셈이다. 당 안팎에서는 “그래도 기초단체장 하나 내지 못한 바른미래당 보다는 낫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그렇다고 당장 체질을 바꾸는 개혁에 시동을 걸 분위기는 아니다. 조배숙 대표는 “위기 속에서도 희망의 종자는 보존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올 2월 창당 이후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성과는 거둔 만큼, 좀더 지켜보겠다는 뜻이다. 당 중진의원은 “선거 참패는 맞지만 다당제의 한 축으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나가려는 우리의 노선까지 바꿀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선 전당대회를 통해 당세를 키우고 중앙당 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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