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해외 출장을 갈 때 ‘국적기’만을 이용하도록 한 ‘정부항공운송의뢰제도(GTR)’가 38년 만에 폐지된다.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이 해외 출장을 갈 때 한국 국적 항공기를 이용하게 하기 위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과 계약해 운영했던 GTR을 폐지한다고 14일 밝혔다. 인사혁신처는 그 동안 적립된 공무 마일리지(항공권 구매권한)가 소진되는 10월 말 두 항공사와의 계약을 해지한다.
GTR은 정부가 1980년 9월 대한항공과 계약한 데 이어 1990년 8월 아시아나항공과도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양사 체제를 유지해 왔다. GTR로 티켓을 끊으면 좌석 확보가 빠르고 변경 또는 취소 수수료가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고 항공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간 국내 저가 항공사와 국외 항공사의 취항이 늘었고 인터넷을 이용한 항공권 구매가 대중화되면서 GTR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예산을 낭비하게 한다는 비판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경로가 생겼음에도, 정부가 비싼 국적기만 이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최근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이른바 ‘갑질’ 논란이 불거지면서 특정 항공사에 특혜를 주는 GTR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정부는 GTR을 없애고 이를 대체할 ‘주거래 여행사’ 제도를 도입해 하반기부터 시행한다. 여행사가 출장에 필요한 항공권 확보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부처별 경쟁 입찰로 주거래 여행사를 선정해 이들이 계약 기간(2, 3년) 동안 항공권 예약과 구매를 대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여행사 선정은 6월부터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통해 공개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이번 제도 개선으로 연 80억원 수준의 예산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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