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6년 전, 기자와 처음 만난 남보라는 '붙임성 좋고 밝은 사람'이었다. 젖살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 크고 빛나는 눈동자를 지닌 그는 굉장히 능동적인 인터뷰이였다. 묻는 말에만 방어적으로 답변을 내놓던 많은 연예인들과 달리,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기자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남보라는 13년 전인 지난 2005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천사들의 합창'에 가족들과 함께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13남매 중 둘째로, 싹싹하고 야무진 성격이 눈에 띄는 소녀였다. 올망졸망 귀여운 얼굴 역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2006년 KBS 시트콤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를 통해 연기를 시작한 그는 '내 인생의 황금기' '로드 넘버원' '영광의 재인' '해를 품은 달' '상어' '사랑해서 남주나' '사랑만 할래' '내 마음 반짝반짝'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영화 '써니' '무서운 이야기' '돈 크라이 마미' 등에 출연하며 다양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렸다.
데뷔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남보라는 여전히 밝고 털털하다. 가식적이지 않고 꾸밈이 없는 게 큰 장점이다. 그러나 예전보다 많은 부분에서 "조금 내려놓았다"고 털어놓는 그다. 확실히 그는 성숙해졌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
이하 스타한국('HI')과 남보라('보라')의 일문일답.
HI: '똑순이' 남보라의 실제 성격이 궁금하다.
보라: 저는 어떤 일이 주어지면 그 일을 엄청 꼼꼼하게 하는 편이에요. 다 정리하고 빠진 거 없나 체크하고. 어떤 일을 하면 잠을 못 자요. 그게 자꾸 머리에 맴돌아서 그 일이 끝날 때까지 계속 해야 하죠. 약간 강박증 같아요. 하하. 큰 딸로서의 책임감보다는 그냥 성격인 거 같아요. 뭘 하게 되면 본질서부터 찾아가는 편이에요.
HI: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보라: 제가 시각장애인 요리교실에서 봉사를 했는데 원래는 이난우 선생님 옆에서 어시스트만 했어요. 마지막 날 선생님이 '직접 강의 해볼래?' 하시길래, 해본다고 했죠. 그때 돼지고기 회사가 주최를 한 거라 쉽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래서 돼지고기에 대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해체하는 거부터 공부를 하며 '이 부위가 여기 있구나' '이 부위는 왜 맛있지?' 같은 걸 곰곰히 생각했어요.
HI: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보라: 봉사를 하게 된 건 제가 너무 힘들어서 하게 됐어요. 3년 전에 집안에 안 좋은 일을 겪으면서 어떻게 살아갈지 모르겠더라고요. 살아있는 거 자체가 버거운 시간이었어요. 살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남을 돕는 거부터 하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쪽방촌을 찾았어요. 내가 지금 당장 큰 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먹밥 만드는 일부터 했어요. 그래서 주먹밥을 나눠드리고 청소도 하고 그랬죠.
HI: 봉사활동을 해보니 어땠나.
보라: 제가 쪽방촌에 처음 간 해에 여러가지 계획을 세웠어요. 과일을 나눠드리고 사진 찍어서 생일날 액자도 만들어드리고 작은 일부터 시작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계획한 게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다 이뤄지는 거에요. 제가 원래 국수 봉사가 하고 싶었거든요. 10월에 국수 300인분을 국수업체에서 후원해준다고 연락이 온 거에요. 아무데도 말을 안 했는데 좋은 기회가 온 거죠. 그때 500인분을 후원해주셔서 나눠드렸어요. 작은 일이지만 조금씩 나누니까 뿌듯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리고 시각 장애 봉사를 해보니, 못했던 일을 하니까 다들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나는 다 가졌는데 왜 불평 불만이 많고 매사에 불만족일까' 하며 제 모습을 돌이켜보게 됐어요.
HI: 주로 요리 봉사를 많이 하는데, 평소에 요리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보라: 요리 봉사는 작년부터 했는데 항상 수동적인 봉사자였어요. 이번에 '골목식당' 하면서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확 붙었죠. '와 나도 할 수 있구나' 했어요. 처음엔 하나도 몰랐는데 두 달 동안 하니까 칼질부터 늘더라고요. 다들 '왜 이렇게 (칼질 솜씨가) 늘었냐'고 물으세요. 하하. 그동안은 항상 이난우 선생님 따라서 봉사를 다녔는데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봉사단 리더로서 활동하고 싶어요.
HI: 도시락 봉사도 꾸준히 다녔지 않나. 배고픈 아이들에 특히 관심 갖는 이유가 있는지?
보라: 방학이 되면 결식아동들이 밥을 못 먹어서 그게 너무 안쓰러워요. 저도 가난하게 자랐거든요. 그래서 배고픔을 누구보다 잘 알아요. 어릴 때 오렌지 주스 한 모금 마시는 게 너무 좋았어요. 오빠랑 돈 모아서 오렌지 주스 한 팩을 사서 마시면 천국에 온 기분이었죠. 냉장고에 먹을 게 없어서 보리차에 밥 말아서 김치랑 먹으면 그것도 너무 맛있었어요.
저는 우리나라 취약계층 아이들을 찾아서 그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걸 해보고 싶어요. 매일 줘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죠. 저는 방학 때마다 라면을 먹는 게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지금 먹을 거에 집착하나? 하하. 지금 당장 저 혼자는 못하니까 어떤 기업이 후원해주거나 하면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HI: 너무 밝고 건강해서 그 정도로 힘들게 자랐는지는 몰랐다.
보라: 어릴 때 힘들게 자란 환경이 저를 견고하게 만들어줬어요. 생활력이 강하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 내가 그 기분을 아니까 도와주게 되는 것도 있고요. 너무 마음이 아프거든요. 특히 쪽방촌에 가면 마음이 힘들어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든데, 저는 그분들께 좋은 기운을 계속 줘야 하니까 기진맥진해서 오죠. 그래도 굉장히 보람이 있어요.
HI: 지금은 남보라도 열심히 일하고, 집안 환경이 좋아지지 않았나?
보라: 네. 지금은 좋아졌죠. 먹고 싶은 것도 다 사먹을 수 있고 너무 좋아요. 돌이켜보면 '천사들의 합창' 하면서 잘 풀리기 시작했어요. 그때 엄마가 장사를 하셨는데 가게가 진짜 잘됐어요. 늘 손님들이 길게 줄을 서 계셨거든요. 감사하죠.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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