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3일 치러진 제7회 동시지방선거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4개 구를 가져가며 압승했다. 특히 보수의 텃밭이자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강남ㆍ송파구청장 자리 마저 더불어민주당에 넘어가며 20여년간 이어져온 보수정당의 아성마저 무너졌다.
강남구청장으로 출마한 정순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장영철 자유한국당 후보를 약 10%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질러 강남구 최초 민주당 계열 구청장으로 당선됐다.
송파구 역시 박성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현직 박춘희 자유한국당 후보를 약 30%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내심 ‘강남3구+알파’를 기대했던 자유한국당은 1, 2회 지방선거에서 김성순 당시 민주당 송파구청장 후보가 당선된 이래 20년 만에 처음으로 강남지역에서도 참패했다. 현직 서초구청장인 조은희 자유한국당 후보만 14일 오전0시 기준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약 2%포인트 차이로 근소하게 앞서며 접전을 이어갔다.
이번 더불어민주당의 우세로 역대 지방선거에서 시장 당선자를 낸 정당이 대체로 구청장 선거에서도 승리를 가져가는 공식이 재현됐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기간 내내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서면서 기초단체장 판세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역대 기초단체장 선거는 시장 당선자를 낸 정당이 대체로 구청장 선거에서도 승리를 가져가는 경향이 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에 성공했던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20곳을 휩쓸었고, 새누리당은 텃밭인 강남 3구 외에는 중구와 중랑구에서 승리하는데 그쳤다.
1회 지방선거에서도 조순 후보를 내세웠던 민주당이 23명의 구청장을 냈고, 2회에는 고건 후보가 속한 새정치국민회의가 19명의 구청장을 당선시켰다. 3회와 4회 지방선거 역시 각각 이명박 후보와 오세훈 후보를 공천한 한나라당이 22개, 25개 구청장 자리를 휩쓸었다.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인 경기지역도 이변은 없었다. 6ㆍ13 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려온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실제 개표결과 대부분 당선됐다. 경기지역 민심도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 주면서 자유한국당을 혹독하게 심판한 것이다.
경기지역 기초단체장 개표 마감 결과 민주당이 31개 시군 중 29곳에서 압승을 거뒀다. 양주(이성호), 시흥(임병택)은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얻으며 당선을 확정 지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연천(김광철), 가평(김성기) 2곳에서만 이겨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민주당은 특히 인구 80~100만명 이상 대도시를 싹쓸이했다. 수원(염태영), 성남(은수미), 고양(이재준), 부천(장덕천)과 한국당 시장이 지키고 있는 용인(백군기)까지 5~30% 표차로 당선됐다.
4년 전인 2014년 6ㆍ4 지방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한국당은 그야말로 참패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은 용인, 남양주 등 13곳에서,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17곳에서 당선자를 내며 나름 대등한 경쟁력을 보였다.
인구 120만으로 전국 최대 규모의 기초단체인 수원시장 선거에선 민주당 염 후보가 67.0%의 득표율로, 26%대에 머문 자유한국당 정미경 후보를 30% 포인트 격차로 앞서며 당선됐다. 고양시장도 민주당 이재준 후보가 58.5%의 지지로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보수성향이 강한 북한 접경지역에서도 민주당의 선전이 이어졌다. 민주당은 보수 강세지역인 파주, 포천, 동두천 등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를 앞서며 당선자를 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의 바람이 불면서 보수당의 핵심 지지층인 접경지역 표심마저 등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경기지역은 전국 최대의 접경지로, 현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민심을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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