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6ㆍ13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3곳을 싹쓸이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2006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지역을 독식했지만 민주당의 전승은 전례가 없다. 문재인 정권의 높은 지지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수 심판’ 여론이 수도권 지방권력 교체를 예고했다는 평가다.
14일 0시 10분 현재 개표 현황에 따르면 서울에서는 박원순 민주당 후보가 56.8%를 기록해 21.2%에 그친 김문수 한국당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17.7%로 3위에 그쳐 대선 주자 체면을 구겼다.
박 후보는 앞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초반부터 사상 첫 민선 ‘3선 시장’을 예고했다. 보수 진영은 박 후보의 3선 피로도와 김문수ㆍ안철수 후보의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띄우며 역전기회를 노렸지만 현실에 이르지 못했다. 서울은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보궐선거가 치러진 2011년 이래 민주당 쪽이 내리 깃발을 꽂으며 진보 정체성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역 프리미엄’과 ‘여당 프리미엄’ 구도로 진행된 경기지사와 인천시장 선거는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은 집권 여당의 승리가 유력하다. 우선 경기에서는 개표 결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55.1%로, 36.8%에 머문 남경필 한국당 후보에 앞섰다. 지난 4차례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계열이 연속 승리한 이후 민주당 진영의 16년만의 고지 탈환이다.
특히 경기지사 선거는 후보들 간 네거티브 공방이 가장 치열했다. 선거 막판 ‘여배우 스캔들’이 터지며 이 후보의 지지율 폭락도 전망됐다. 이 후보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사이다 발언’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인지도를 두텁게 쌓은 데다가, 여당 프리미엄까지 붙으며 악재를 극복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여배우 스캔들, 형수 욕설 논란 등 이 후보에게 제기된 각종 추문은 향후 정치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친박’이 장악하던 인천시장은 ‘친문’으로 넘어왔다. 박남춘 민주당 후보가 유정복 한국당 후보를 56.1%대 37.4%로 개표 결과 앞서면서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인사수석을 맡은 박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 측근으로도 꼽힌다. 반면 유 후보는 2007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 박근혜 정부 첫 안전행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인천은 지난 2010년을 제외하고 모두 보수진영이 시장을 꿰찰 정도로 보수 색채가 뚜렷했다. 한국당도 지난 3월 현역 시장인 유 후보를 전략공천하며 수성을 노렸지만, 박 후보가 ‘친문 마케팅’을 펼치고 나서며 상황이 반전됐다.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더블 스코어로 유 후보를 앞섰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태옥 한국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의 ‘이부망천(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 발언도 보수표 이탈에 치명적이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경기ㆍ인천 지역에서의 승리에 한층 고무된 분위기다. 진보 성향이 뚜렷해진 서울과 다르게 두 곳은 최근까지도 보수층이 약진했기 때문이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세월호 참사에 불구하고 민주당이 패배한 게 대표적이다. 최근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 평화 드라이브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지방권력 교체 심리가 민주당 압승의 발판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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