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옛 유고 연방에서 분리된 이래 그리스와 국명을 놓고 외교 분쟁을 벌여 온 마케도니아(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공화국ㆍFYROM)가 국호를 바꾼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2일(현지시간) 마케도니아 정부가 국호를 ‘북마케도니아 공화국’으로 바꾸기로 그리스 정부와 합의했다고 전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는 전화로 마케도니아 국명 변경에 관한 마지막 협의를 마치고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마케도니아는 국민투표를 거쳐 새로운 국명을 공식화하는 헌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그러나 마케도니아 야당과 상당수 국민은 새로운 이름이 그리스에 굴복한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옛 유고슬라비아 연방 해체 과정에서 마지막까지 연방에 남아 있던 마케도니아는 독립 직후부터 그리스와 대립하며 국호 분쟁을 이어 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이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의 중심지인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주에 대한 영유권 주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리스인에게 마케도니아주는 그리스 역사의 손꼽히는 위인 중 한 사람인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유엔은 1993년 마케도니아의 가입을 승인하면서 ‘FYROM’이라는 이름을 쓰게 했고 승인을 인정한 140개국은 간단히 마케도니아로 불렀다. 하지만 이를 못마땅히 여긴 그리스는 국호 대신 ‘스코페(마케도니아 수도)’라는 국명으로 불렀다. 이에 마케도니아는 2006년 스코페에 위치한 공항의 이름을 ‘알렉산더 국제공항’으로 바꾸며 양국 간 갈등을 악화시켰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의 200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과 유럽연합(EU) 가입 추진에 반발했다. 마케도니아 정부는 2011년에는 스코페에 높이 22m짜리 초대형 알렉산더대왕 동상을 세우기도 했다.
역사 분쟁을 이어 온 두 나라는 지난해 5월 개혁 성향의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가 취임하면서 화해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자에브 총리는 알렉산더 국제공항의 이름 변경 계획을 밝히는 등 올해 초부터 해묵은 국명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본격 협상을 벌여왔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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