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러진 지방선거 및 재보선에서 바른미래당은 광역단체장은 물론 국회의원 선거에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하면서 치명상을 입게 됐다. 당장 당의 최대주주로 선거를 이끌었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 유승민 공동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분란을 예고하고 있다. 원내 3당 지위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오후 11시 개표 결과 기준, 바른미래당이 사실상 유일하게 희망을 걸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 후보(17.0%)가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58.4%)에 41.4%포인트나 뒤져 당선이 사실상 희박해졌다. 게다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20.5%)에게조차 밀리면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충격이다. 중도 보수를 지향하며 막판 뒤집기를 노렸지만, 보수층에도 어필하지 못하면서 최악의 성적을 낸 것이다. 다른 광역단체장 및 재보선 지역에서도 바른미래당 후보 이름은 당선권 근처에서 찾을 수 없었다.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든 안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 뒤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서울 시민의 준엄한 선택을 존중하며 겸허히 받들겠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그러나 대선 패배 후 자숙의 시간 없이 곧바로 당권을 장악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합당을 강행했던 안 대표의 패착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안 후보가 정치적 재기조차 어려울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지난해 대선 득표율(21.4%)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는 지난 1년간 안 후보가 정치적 자산을 더 까먹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역시 출구조사 직후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당사를 떠난 유승민 공동대표도 이미 “지방선거에 모든 걸 걸고 최선을 다한 뒤 선거가 끝나면 당 대표직을 비롯해 모든 당직에서 떠나겠다”고 밝힌 바 있어 2선 후퇴가 예상된다. 유 공동대표는 14일 오전 이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당장 패배 책임을 놓고 안 후보 측과 유 공동대표 측의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공천 과정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까지 나온 만큼 이런 갈등이 본격화하면 안철수 유승민 책임론을 떠나 당의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당 관계자는 “사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태생부터 화학적 결합이 어렵다는 평가였는데 과정까지 안 좋았던 이번 선거 패배로 다시 당이 두 동강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번 재보선을 통해 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 계열이 국회 과반 이상 의석을 확보했다는 점 역시 원내 3당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던 바른미래의 앞날을 암울하게 만든 요소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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