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늘 꿈같은 무대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특별한 6,7월을 보내도록 하고 싶다.”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6ㆍ토트넘)은 12일 오후(현지시간) 베이스캠프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풀코보 공항에 도착한 뒤 국제축구연맹(FIFA) TV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27일 독일전이다. 조별리그를 통과해야 16강전이 7월 2일(2위)이나 7월 3일(1위) 펼쳐진다. 손흥민의 말은 국민들에게 16강 진출을 선물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신태용호는 이곳으로 오기 전 세네갈과 마지막 비공개 평가전에서 0-2로 패했다. 세네갈은 한국이 평가전에서 상대한 4팀 중 유일한 본선 진출국이었다. 그러나 1골도 못 넣고 무릎 꿇자 또 다시 회의적인 전망이 몰려왔다.
그러나 선수단은 담담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그 동안 체력 훈련을) 병행한 탓에 후반에 선수들이 좀 지치긴 했지만 볼리비아전(지난 7일 0-0)보다 경기력은 훨씬 좋았다”고 전했다. 신 감독도 “자책골과 페널티킥으로 실점했지만 수비 안정이 소득이다. 러시아에서는 공격 조직을 더 세밀하게 다듬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표팀은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올 때 뮌헨에서 출발하는 독일 항공편을 탔는데 40분이나 연착됐다. 그러나 선수들은 태블릿 PC를 보며 전력 분석에 몰두하느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선수들 전원에게 최신 태블릿 PC를 한 대씩 나눠줬다. 조별리그에서 만날 팀, 선수의 특성 등 데이터가 들어 있고 수시로 업데이트된다.
이재성(26ㆍ전북)은 비행기 안에서 스웨덴-덴마크 평가전을 유심히 살폈고, 김신욱(30ㆍ전북)은 볼리비아전 영상을 반복해서 봤다. 주장 기성용(29ㆍ스완지시티)의 개인 휴대폰에는 경쟁국 선수 명단에 담겨있었다. 골키퍼 김진현(31ㆍ세레소 오사카)은 스웨덴이 최근 4차례 A매치에서 유일하게 득점한 지난 3월 칠레와 평가전 영상을 봤다. 그는 주전 김승규(28ㆍ빗셀 고베)에 밀려 이번 월드컵에서 뛸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스웨덴전을 대비하는 마음가짐에는 주전과 벤치의 구분이 없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한 뒤에는 피로 회복에 중점을 뒀다. 저녁 식사를 전후해 숙소 근처를 산책하는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낮 최고 기온이 24도까지 올라가지만 오전과 저녁은 10도 안팎까지 떨어져 일교차가 심하다. 쌀쌀함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축구협회는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자마자 선수들에게 사계절용 의류를 지급했다. 한국은 4년 전 브라질월드컵 준비 기간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의 큰 일교차 때문에 선수들이 감기에 걸리는 등 컨디션 관리에 실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또 하나 변수는 ‘백야(白夜)’ 현상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오전 4시 전에 해가 뜨고 오후 11시가 넘어도 밝다. 그러나 사전 캠프였던 오스트리아 레오강 또한 오전 6시 이전에 해가 뜨고 오후 9시까지 지지 않아 선수들이 어느 정도 예행연습은 했다. 축구협회는 선수단 숙소에 암막 커튼을 꼼꼼하게 설치해 숙면에 지장 없도록 애쓰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13일 “오늘 아침 선수단 식사하는 걸 보니 활기차더라. 선수들이 피로를 털어낸 모습이다. 느낌이 좋다”고 웃었다.
대표팀은 이날 오후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팬 공개 훈련으로 러시아 입성 후 첫 담금질을 시작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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