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애가 관부 재판 실화를 다룬 영화 ‘허스토리’에 출연하면서 남모를 고민을 했던 사실을 고백했다.
김희애는 지난 12일 오후 스타한국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배우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면서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행운아인 거 같다"며 "이번에도 그런 멋진 인생을 살아본 게 좋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캐릭터 소화가 쉽지 않았음을 토로하며, "나는 속으로 드디어 '뽀록'이 나는구나 생각했다.(웃음) 어떻게 쌓아온 세월인데, 이제 완전 밑바닥이고 밑천이 다 나왔구나 걱정했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이어 "나중에 보니 다른 배우들도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는 거다. 너무 의지가 됐고, 그런 고민과 불안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 거 같다. 그런 고민의 역할을 안 만났으면 어쩔 뻔 했나. 떨리는 순간들이 앞으로 나가게 했고, 또 다른 캐릭터와 작품을 완성시키는 한 부분이 된 거 같다"고 덧붙였다.
김희애는 "두려움과 떨림을 갖고 신인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신선하게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더불어 그는 사투리 연기의 고충에 대해 언급하며, "녹음해서 들어봤을 때 완전 애들이 학예회 나와서 하는 연기 같더라. 사명감이고 뭐고 앞이 캄캄하고 내 코가 석자고 큰일났단 생각이 들었다"며 "나도 모르게 대단한 작품을 하고 있는 걸 깨우치게 됐고 다른 데서 망신 당해도 여기선 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또 김희애는 "선배님들도 떨리고 힘들었을 거 같다. 재판신 이후 탈진하셨다. 석 달 전부터 그 신을 위해 얼마나 갈고 닦았겠나. 그분들도 다 똑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이 되려고, 최대한 가깝게 하려고 최선을 다하셨을 거 같다"고 배우들의 노력에 대해 전했다.
한편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간 오직 본인들의 노력으로 일본 정부에 당당히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을 위해 함께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일본을 발칵 뒤집은 관부 재판 실화를 소재로 했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내 아내의 모든 것'의 민규동 감독이 연출했다. 오는 27일 개봉.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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