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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성공한 평화회담, 실패한 평화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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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성공한 평화회담, 실패한 평화회담

입력
2018.06.12 20:3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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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회담, 신뢰와 진정성이 성공 좌우 국내 정치세력 간 합의 공감대도 중요 회담 성공조건 살펴 한반도 평화 결실을

국제정치사에는 적대국가들 간에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를 이끈 성공적 사례들도 있지만, 평화협정 체결에도 불구하고 다시 적대관계로 돌아간 사례도 적지 않다. 평화회담 성공 사례로는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를 만들어 낸 1979년 캠프 데이비드 회담, 미소 냉전체제 종식을 선언한 1989년 몰타회담, 보스니아 내전을 종식시킨 1995년 데이턴 평화협정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1948년 이래 30여년에 걸쳐 4차례 큰 전쟁을 치른 숙적관계였지만, 이집트 사다트 대통령이 직접 이스라엘을 방문해 평화구축의 계기를 만들었다. 나아가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로 사다트와 이스라엘 베긴 수상을 초대해 평화협정을 성사시켰다. 이후 사다트 대통령이 국내 강경세력에 의해 암살되는 불운을 겪었지만, 후임자들인 무바라크나 시시 대통령 등에 의해 양국 간 평화관계는 40여년간 잘 지속되고 있다.

평화협정 체결에도 불구, 종국에는 분쟁이 재발한 사례는 1938년 히틀러의 독일과 영국 체임벌린 수상이 합의한 뮌헨회담, 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체결한 1993년과 1995년의 오슬로 평화협정 등을 들 수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1993년과 1995년, 서로를 인정하기로 한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했고, 협정 당사자들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 아라파트 의장과 이스라엘의 라빈 수상, 그리고 시몬 페레스 외상은 이 결과로 1994년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러나 라빈 수상은 이스라엘 내 반대세력에 의해 암살됐고, 팔레스타인 내에서도 하마스와 파타 등 강경세력이 주도권을 잡아 오슬로 평화협정은 무력화됐다. 그 결과 지금도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세력 간 유혈사태는 끊이질 않고 있다.

4월 27일 남북 간 판문점 선언에 이어, 어제 북미 간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의 극적인 합의문 서명을 통해, 남북미 사이에 70여년 지속돼 온 군사적 긴장 상태가 종식되고 평화상태로 전환될 수 있는 역사적 순간을 우리는 맞고 있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우리는 과연 어떤 요인들이 적대세력 간 평화회담의 성패를 결정하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적대국가 간 평화선언이 실제적인 평화상태를 결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회담 당사자들 간의 진정성과 상호 신뢰이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문에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 지도자는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들을 가감 없이 실행하면서, 회담 상대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두 번째 요인으로는 정상회담 합의사항이나 공동선언에 대해 여타 국내 정치세력 간에 합의와 공감대 형성 여부를 들 수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정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최초 회담의 입역자들과 다른 성향을 가진 이스라엘의 네탄야후 수상이나 팔레스타인 측의 하마스와 같은 강경파들이 득세하게 된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점을 인식하면서 남북한은 물론, 미국 조야도 정파를 막론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방향에 대한 정치적 공감대를 확산하는 노력이 추진돼야 한다.

세 번째 요인으로는 애써 체결된 국가 간 평화협정에 대해 주변 강대국들이 인정하고 협력하는 정세의 조성 여부다. 캠프 데이비드 협정과 데이턴 협정 등이 여전히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카터 행정부 이래 미국의 일관된 중재와 국제사회의 관여 정책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합의사항들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도 주변 열강들에 대해 전방위적 외교를 전개하면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해 이해를 구하고 나름의 협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의해 이제 한반도에는 그간 가보지 않았던 북한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향한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다. 평화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그 성공을 위한 조건들에 대해서도 주의 깊은 확인과 점검의 필요가 크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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