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ㆍ생활체육 사업을 하는 A(38)씨는 지난 2015년 4월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청을 5,6차례 찾아갔다. 경매 물건으로 나온 18억9,000만원 상당의 농지(4,969㎡)를 매입, 풋살(미니축구) 경기장을 설치할 수 있는지 문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때마다 담당공무원 김모 주무관은 “허가가 가능하다”는 답을 했고, 철석같이 그를 믿은 A씨는 땅값의 80% 가량을 대출해 경락을 받았다. 한달 400만~500만원의 이자를 감당하기 무리라는 주변의 우려가 있었지만, 급증하는 생활체육 수요에다 무엇보다 공무원 확답이 있어 성공을 자신했다.
하지만 A씨가 인허가 서류를 내자 공무원의 태도가 돌변했다. 자신은 “개발행위에 전문가가 아니다. 기반시설이 없는 부지라 허가가 어렵다”고 발뺌한 것이다. 부서 책임자 등도 “뇌수술을 하는 등 건강이 좋지 않은 담당공무원이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는 황당한 답변도 했다. 청천벽력과 같은 처분에 A씨는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행심위)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행심위는 ‘분당구가 사실을 오인, 법령을 잘못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그사이 분당구 김 주무관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스스로 그만 둔 것으로 전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행정심판에서 이긴 A씨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분당구가 허가를 내주기보다는 또 다른 핑계를 댄 것이다. “개발 면적이 3,000㎡ 이상인 경우 성남시가 직접 인허가해야 할 사항”이라며 A씨를 시로 떠밀었다고 한다. 애초 권한도 없던 분당구가 멋대로 인허가 여부를 판단했던 셈이다.
행정절차를 잘 몰랐던 A씨는 공무원들의 요청에 인허가 서류를 다시 꾸려 성남시에 접수했다. 시설 규모 등을 일부 다듬고, 시가 요구한 진입로에 대한 교통성 검토자료도 수백 만원을 들여 첨부했다.
그러나 성남시 역시 “진입로 일부 사유지에 대한 사용동의서가 필요하다”며 반려했고 A씨는 행심위에 다시 하소연했지만, 이번에는 졌다. 행심위는 지난달 “진입로는 폭이 4~5m인 농로여서 차량소통에 지장이 우려된다”며 A씨 청구를 기각했다. “(사유지) 이해관계인의 동의 없이는 사유재산권 침해도 우려돼 성남시 처분은 위법ㆍ부당하지 않다”고 했다.
3년여 전 성남시 공무원 말만 믿고 땅을 경매 받았던 A씨는 현재 이자 폭탄에 부도위기에 놓였다. A씨는 1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폭이 최대 7,8m인 농로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해당 진입로에 대해서도 일부 주민이 법원에 소를 제기, 주위토지통행권을 인정받은 판례도 있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공무원은 믿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누구 하나 책임지는 공무원이 없다”고 허탈해했다.
당시 성남시 관계자는 “안내를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고 해명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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