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축구대표팀이 12일(현지시간) 러시아월드컵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제2의 도시다. 수도 모스크바보다 북쪽에 있지만 해양성 기후를 보여 평균 기온은 오히려 더 높다.
월드컵 기간 각 팀들은 베이스캠프에서 훈련하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공한 전세기를 타고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는 각 도시로 이동한다. 베이스캠프 장소를 보면 월드컵에 임하는 각 나라의 전략을 예측할 수 있다.
한국은 충분한 휴식에 중점을 뒀다. 대표팀이 사용할 숙소는 도시 외곽에 있는 뉴페터호프 호텔이다. 호텔 바로 앞에 호숫가와 산책로가 있고 훈련은 차로 15~20분 떨어진 스파르타크 경기장에서 한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저울질하다가 이곳을 택한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이 머리를 식히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독일은 모스크바에 여장을 푼다. 독일은 멕시코와 조별리그 1차전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치른다. 개최국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A조 개막전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한 루즈니키 스타디움은 4강전 한 경기와 결승전까지 개최하는 메인스타디움이다. 독일이 결승 진출과 대회 2연패까지 염두에 뒀다는 걸 알 수 있다.
멕시코 역시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약 60km 떨어진 힘키를 캠프지로 정했다. 독일과 첫 판부터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다.
한국의 첫 상대인 스웨덴은 모스크바에서 다소 먼 흑해의 휴양지 겔렌지크로 떠난다. 러시아 내륙에 비해 기온이 온화하고 날씨가 좋아 훈련하기 좋은 장소다. 겔렌지크는 독일과 2차전이 벌어질 소치와 249km로 가깝다. 스웨덴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최강 독일과 붙어볼 심산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동 거리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에서 경기 도시까지 이동 거리는 니즈니 노브고로드(1차전)가 1,140km(비행시간 1시간30분), 로스토프(2차전)가 1,824km(2시간15분), 카잔(3차전)이 1,540km(1시간50분)이다. 모스크바에서 출발할 때보다 30∼40분 더 걸린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모스크바는 교통체증으로 공항까지 이동 시간이 1시간 넘게 걸려 전체 이동 시간은 차이가 없다”며 “경기 이틀 전 이동하니 비행시간 30∼40분은 컨디션 유지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속단할 수 없다. 한국은 4년 전인 브라질월드컵 때도 비슷한 이유로 교통이 복잡한 상파울루 대신 아르헨티나ㆍ파라과이 접경지역 이구아수를 베이스캠프로 택했다. 한국은 같은 조에 속한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에 비해 이동 거리(3경기 합쳐 왕복 5,152km)가 가장 길었다. 조별리그 참패로 대회를 마친 뒤 긴 이동 시간이 선수들 컨디션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의 왕복 총 이동 거리는 9,008km다. 같은 조 독일(4,968km)과 멕시코(5,848km)의 두 배 가까이 되고 스웨덴(9,332km)과는 비슷하다. 영국 데일리메일이 월드컵에 참가하는 32개팀의 이동거리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한국은 6위로 꽤 높은 편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