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팀, 비핵화 표현ㆍ이행 신경전
핵심 쟁점은 두 정상이 담판 낼 듯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어떻게 맞교환할지를 놓고 벌이는 북미 정상 간 ‘세기의 담판’ 직전까지 양측 실무협상팀이 머리를 맞댔지만, 최종 타결 여부는 회담 당일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이 요구 중인 비핵화 목표가 얼마나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명문화할지, 초기 이행 조치에 양측이 합의하고 구체적 실천 로드맵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등이 관전 포인트다.
역사적인 12일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싱가포르 공동선언’ 같은 외교적 성과물이 도출될지 여부가 일단 관심사다. 기대감은 작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의 오찬 회담 자리에서 “매우 흥미롭고 잘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리 총리를 만나 “조미(북미) 상봉이 성과적으로 진행되면 싱가포르 정부의 노력이 역사적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액면상으로는 두 정상이 모두 회담 성과를 낙관한 것이다. 회담 성사 사실 자체가 결과를 담보한다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문제는 합의 수준과 내용이다. 최대 쟁점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에 명기된 한반도 비핵화 목표,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합의문에 명기할지다. 미측은 어떻게든 문구를 넣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북측은 여전히 난색을 표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표현에서 느껴지는 대북 공격성에 거부감이 크다고 한다. 4ㆍ27 판문점선언에 포함된 ‘완전한 비핵화’보다는 구체적이고 진전된 표현을 관철하는 게 미측 대안이라는 게 소식통들 얘기다. 6자회담 성과인 2005년 9ㆍ19 공동선언에 사용된 표현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완전한 비핵화’를 합치는 식이다.
비핵화 초기 이행 조치와 이에 상응하는 보상에 북미가 어느 정도 합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 핵무력의 핵심을 조기에 해외 반출하라는 게 알려진 미국의 요구다. 그러나 북한은 적대관계가 먼저 청산돼야 한다는 태도다. 미국 내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담보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안전 보장’(CVIG) 방안을 합의문에 병기하는 게 미측 유인책이지만, 구체적 약속이 없으면 북한의 초기 행동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미국이 바라는 비핵화 단계별 시간표 설정도 미국의 체제 보장 방안을 북한이 믿지 못하면 합의되기 어렵다. 때문에 이번에는 북미 정상이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교환한다는 원칙의 합의 정도에 머물 공산이 크고, 대신 양측 모두 의미를 부풀려 성과를 포장하려 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가 대화 가능성을 트럼프 대통령이 부쩍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파격이 빈번한 두 정상의 스타일상 직접 담판에서 의외의 성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날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이끄는 양측 실무협상팀은 오전 9시 50분쯤부터 심야까지 싱가포르 리츠칼튼 호텔에서 막판 줄다리기를 벌였다. 두 정상이 최종 결단할 핵심 쟁점을 제외한 합의문 주요 내용들은 확정됐을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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