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국으로 글로벌 광고 효과
‘평화 메신저’ 위상 공고히 다져
MICE 산업 도약 계기도 마련
호텔ㆍ운송 등 주식 일제히 상승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 수혜자는 다름 아닌 개최국 싱가포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대 국가 간의 담판 장소를 제공하며 외교 중립국의 브랜드 파워를 굳혔고,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아 온 마이스(MICE) 산업 역시 도약의 계기를 맞게 된 덕분이다. 싱가포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류 비용을 포함해, 2,000만 싱가포르 달러(161억 원)에 달하는 개최 비용을 기꺼이 내겠다고 밝혔는데, 싱가포르가 북미 정상회담으로 얻게 될 정치ㆍ경제적 이익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 장소가 확정된 한달 전부터 싱가포르는 글로벌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역사적 정상 회담 장소와 두 정상이 묶는 숙소를 두고 전 세계의 취재 경쟁이 불 붙으며, 싱가포르 최고급 호텔의 이름들이 한차례씩 호명된 게 단적인 예다. 전날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항 도착 모습부터 숙소 이동 장면 등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 되며 싱가포르 구석구석이 전 세계로 전파를 탔다.
무엇보다 싱가포르가 국제사회에서 ‘믿을 만한 중립국’, ‘평화 메신저’라는 위상을 공고하게 다지게 된 점은 가장 큰 성과다.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첫 양안 회담에 이어, 3년 만에 역사상 첫 북미 최고지도자 회담까지 개최하면서 적대국들의 담판을 중재하는 ‘외교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현지시간) 스위스가 특유의 등거리 외교로 적대국과의 회담은 물론 국제기구 등 다자협의체의 메카로 굳어진 것처럼 싱가포르 역시 ‘아시아의 제네바’로 거듭났다고 전했다.
경제적 효과도 상당하다. 당장 마이스(MICE) 산업의 발전이 기대된다. 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s & 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인데, 싱가포르에는 이미 3성급 이상의 고급 호텔과 쇼핑몰 카지노를 보유한 복합리조트가 400개가 넘는 등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해당 산업들은 이미 들썩이고 있다. 싱가포르 FTSE스트레이츠타임스 지수는 11일 호텔, 운송 업종 등이 일제히 상승하며 전 거래일 대비 0.5% 오른 3452.62로 장을 열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으로 인해 호텔, 사설 보안 업체, 식당 등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현지 상권도 ‘회담 특수’를 만끽하고 있다. ‘김정은-트럼프 햄버거’ 등 북미 정상회담을 기념해 출시된 메뉴들은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각국에서 몰려든 취재진과 외교 인력 등 북미 정상회담으로 싱가포르를 찾은 4,000여명이 7일간 싱가포르에 머물면서 직접 지출하는 비용만 약 1,200만 싱가포르달러(97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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