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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제안한 김정은이 트럼프 맞이… ‘역사적 악수’로 첫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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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제안한 김정은이 트럼프 맞이… ‘역사적 악수’로 첫 기싸움

입력
2018.06.11 22:3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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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숲’ 지나 5분 시차로 도착

회담 주최자 김정은, 먼저 와서 기다려

첫 대면 악수 ‘세기의 사진’ 연출

쇼맨십 강해 돌발상황 가능성도

모두 발언후 나란히 회담장 향해

통역만 대동 2시간가량 단독회담

참모 합류 확대회담에 업무오찬까지

트럼트 8시 출국, 김정은도 오후 출국 유력

[저작권 한국일보] 미리보는 정상회담_신동준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미리보는 정상회담_신동준 기자

결전의 날이 밝았다. 정확한 시작 시간은 있지만 종료 시간은 없는, 각본 없는 ‘세기의 드라마’가 12일 오전 9시(한국시간 10시)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개막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인공이다. 이들이 어떤 장면들을 연출할지는 예측불허다.

리허설 없는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김 위원장), 샹그릴라 호텔(트럼프 대통령)을 나서는 순간 시작된다. 출발은 김 위원장이 먼저 나선다. 이날 만남을 김 위원장이 먼저 제안했고, 그래서 형식상 주최자가 된다.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이어 등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38년의 시차를 두고 태어났다.

호텔에서 회담장까지 거리는 각각 8.2㎞(김 위원장)와 8.5㎞(트럼프 대통령)다. 평소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지만, 싱가포르 측의 도움으로 10분이면 ‘카메라 숲’을 지나 카펠라 호텔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이라는 수식어가 대변하듯 숙소에서 회담장으로 가는 모습도 장관을 예고하고 있다. 수십 대의 차량과 사이카 호위 속에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 ‘오차드 거리’로 들어서는 모습, 싱가포르 시내 거리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모습은 지상과 공중에서 포착돼 실시간으로 지구 반대편까지 중계된다. 김 위원장은 이틀 전 고려항공 수송기로 공수해 온 벤츠 방탄리무진으로, 5분 정도 시차를 두고 샹그릴라 호텔을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야수’로 불리는 전용차 캐딜락 원으로 각각 이동한다. 오차드거리 양쪽으로는 육중하고도 무표정한 야수가 아스팔트를 움켜지며 달리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기 위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도열이 예상된다.

센토사 섬에서도 한때 천혜의 요새로 불리던 놀스(knollsㆍ 둔덕) 1번지에 자리잡은 카펠라 호텔 입구로 김 위원장을 태운 리무진이 들어서면 ‘방탄 경호단’이 양쪽으로 함께 달리며 근접경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300m가량의 오르막길이다. 이틀 전 숙소 도착 때에도 이들이 등장했다.

차량에서 내린 김 위원장의 의상은 감청색 인민복. 섭씨 30도에 육박하는 날씨지만 단추는 끝까지 채워졌고, 그 위로 굳게 다문 입은 비장함마저 느끼게 할 것이다. 그의 부친도, 조부도 하지 못했던 일을 결행한 김 위원장이다.

뒤이어 야수가 도착하고 뒷문에서 정장 차림의 트럼프 대통령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 장면에서 많은 평론가들은 무표정하고 형식적인 악수를 예상하고 있지만 쇼맨십이 강한 이들인 만큼, 회담 성패와 무관하게 세기의 사진으로 남을 포토제닉한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꼭 2년 반 전 시 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싱가포르에서 가진 역사적 회담에서 양측은 80초간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공격적 악수’가 연출될 가능성이 있지만, 손목시계줄 구멍이 모자랄 정도인 김 위원장의 손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의전의 핵심은 두 사람이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각종 의식으로 구현하는 것. 최대한 동등해 보이도록 하기 위해 회담장 출입문 수, 출입 순서 등을 놓고 싱가포르 측에서 사전에 세심히 조율했다. 하지만 두 주인공이 모두 발언 뒤 나란히 등을 돌려 회담장으로 함께 걸어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오찬회담에서 “내일 회담이 아주 잘 될 것이다”며 복선을 깔아놓은 터다.

배석자 없이 통역만 대동한 단독 회담은 2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단독 회담 때에는 싱가포르 대법원장이 사용하던 갈색 회의탁자가 쓰일 수 있다고 현지 매체는 예상했다. 목재 재질의 직사각형이다. 이후 양측 참모들이 합석하는 회담으로 확대될 예정이지만 이 회의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확대회담에 이어 예정돼 있는 오찬이 ‘업무오찬’이다. 일을 하면서 식사를 하는, 이 업무오찬에 햄버거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싱가포르 시내 한 호텔도 김치를 넣어 만든 뒤 성조기와 인공기로 장식을 마무리한 ‘트럼프-김 햄버거’를 판매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오후 4시 기자회견을 하고 이날 저녁 8시 출국 예정이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도 ‘당일 오후 2시 출국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둘 모두 회담을 길게 가지 않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싱가포르=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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