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앞 두 정상에 메시지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공”
평화 촉진자로서 주도권 강조
회담 준비 트럼프와 전화 통화
“기적 같은 성과, 온 국민이 기원”
靑 “트럼프, 실무회담 설명하며
종전선언에 관한 언급도 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회담 성공을 위한 북미 양 정상의 ‘담대한 결단’을 촉구했다. 지난달 27일 판문점 2차 남북 정상회담 기자회견 후 보름 만의 북미 회담 관련 대통령 메시지를 통해서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미 회담이 끝나면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 ‘촉진자’로서 주도권을 쥐고 이끌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북미 회담은) 전쟁에서 평화로 가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회담을 통해 적대관계 청산과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큰 합의가 도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제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염원하는 전세계인들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도록 (북미) 두 지도자가 서로의 요구를 통 크게 주고받는 담대한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이 12일 담판에서 포괄적 합의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길을 열어달라는 기대 표시였다.
문 대통령은 북미 회담 이후 한국의 역할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북핵 문제와 적대관계 청산을 북미 간 대화에만 기댈 수는 없다”며 “남북관계도 함께 성공적으로 병행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북미관계가 함께 좋아지고, 북미관계가 좋아지면 남북관계를 더욱 발전시킨다”며 선순환 관계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예정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부터 체육회담(18일), 적십자회담(22일)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적어도 한반도 문제만큼은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자세와 의지를 잃지 않도록 국민들께서 끝까지 함께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북미 회담이 성공리에 끝나도 이제 한반도 평화체제 입구에 들어섰을 뿐이라는 현실 인식도 내비쳤다. 그는 “뿌리 깊은 적대관계 해소와 북핵 문제가 (북미) 정상 간 회담 한 번으로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다”며 “두 정상이 큰 물꼬를 튼 연후에도 완전한 해결에는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그 과정이 완결될 때까지 남ㆍ북ㆍ미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주변국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갈 ‘긴 호흡’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40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기적과 같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국민은 마음을 다해 기원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한미 정상 간 통화는 문 대통령 취임 후 16번째다.
청와대는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10일 싱가포르 현지에 파견해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막바지 실무협의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 김 대변인은 “북미 정상이 직접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북미 간 공통분모를 찾아가고 온 세계가 바라는 일을 과감하게 풀어보자고 두 정상이 마음을 모은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데 한미 정상은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현재까지 진행된 실무회담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설명했다”며 “의견을 모으기 위한 통화는 아니었고, 정보공유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냐’는 질문에 “(얘기가) 나왔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앞서 오전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실무진에서 모두 세팅한 뒤 정상이 의례적으로 마지막 도장을 찍는 회담이라기보다, (북미) 두 지도자가 얼굴을 맞대고 진솔하게 이야기하면서 마지막 최종 담판을 짓는 성격이 강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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