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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자국 전용기 제공... 존재감 다시 키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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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자국 전용기 제공... 존재감 다시 키운 中

입력
2018.06.11 18:3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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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매체ㆍ관변학자들 동원

“北 세계로 나오게 하는 데 역할”

김정은 후견국임을 대외적 과시

“한반도 문제 발언권 확대” 관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중국이 제공한 전용기를 이용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뒤 영접나온 인사들과 악수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중국이 제공한 전용기를 이용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한 뒤 영접나온 인사들과 악수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중국이 ‘세기의 담판’에 나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자국 전용기를 제공하면서 다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전환 논의가 남ㆍ북ㆍ미 3자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의 지원을 받는 극적인 효과를 연출함으로써 ‘중국 역할론’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중국은 11일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을 동원해 김 위원장이 전날 싱가포르로 가면서 중국 최고위급의 전용기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여객기를 이용한 사실에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김 위원장이 중국 전용기를 타고 싱가포르에 간 것은 중국이 북한을 세계로 나오게 하는 데 있어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김 위원장이 자신의 전용기인 ‘참매1호’ 대신 중국이 제공한 전용기를 이용한 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뤼차오(呂超) 랴오닝(遼寧)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항상 관련돼 있음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중국 측 전용기를 이용한 것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은 김 위원장에게 자국 전용기를 제공하는 데 있어 상당히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먼저 무상임대 의향을 밝혔고 김 위원장의 집사격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달 24~26일 중국을 방문했을 때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최종 입장은 김 부장이 싱가포르에서 미국 측과 의전 문제를 협의하던 도중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부장이 지난 6일 싱가포르에서 베이징으로 왔다가 이튿날 싱가포르로 돌아간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때 김 위원장이 이용할 보잉 747기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실무진이 지난 9일 이용한 에어버스 330기 제공 문제가 매듭지어졌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이 이용하는 전용기에 김 위원장을 태우는 데 성공했고,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내려 영접을 받는 동안 에어차이나 항공기는 전 세계로 전파를 탔다. 김 위원장의 의도와 무관하게 중국은 대외적으로 북한의 든든한 후견국임을 과시할 수 있게 됐고 북한과도 전략적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는 향후 한반도 정세 논의 과정에서 북한을 등에 업고 발언권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겅 대변인이 “중국은 한반도의 이웃이자 주요 당사국으로 유관국들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 안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한 건 김 위원장에 대한 전용기 제공이 갖는 정치적 상징성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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