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두달 40대 아비 아메드 총리
국가 주도 경제 시스템 폐기
대규모 민영화 등 파격 정책
외환 문제 해결 등 포부 밝혀
“누구도 그에게 이처럼 빠른 성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최근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한 아프리카 지도자에 대해 “취임 후 두 달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지난 4월 2일 취임할 때만 해도 동료 정치인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던, 통치 경험도 부족한 40대 지도자가 급속도로 개혁을 추진하면서 나라에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 새 국가 수장이 “빠른 추진력으로 국민들의 허를 찔렀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찬사를 받은 주인공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메드(42) 총리다. 아메드 총리 내각은 이달 초 대규모 민영화 사업 등 경제 개혁ㆍ개방 계획을 발표한 이래 예상보다 파격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전 세계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수십 년 독재와 정정 불안으로 얼룩졌던 에티오피아가 이번 시도에 성공할 경우 북한과 같은 저개발국이 참고할 만한 새로운 발전 모델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도 커지는 분위기다.
아메드 내각이 주도하는 개혁의 핵심은 기존 국가 주도 경제 체제를 일부 폐기하고 자산가치가 높은 국영기업 위주로 민영화하는 데 있다. 집권 연정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국영기업인 에티오피아 항공과 에티오 텔레콤(통신업체)의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에너지와 물류, 철도, 설탕, 산업단지, 호텔, 제조업 등에 대해서도 “완전한 민영화나 부분적 지분 매각이 허용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EPRDF는 또한 “국영기업을 부분적으로 민영화함으로써 국가의 외환 문제를 해결하고 소득을 높이는 동시에 생활 비용을 줄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에티오피아의 급격한 경제개방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는 종족 갈등으로 인한 오랜 사회 불안이 일단락된 상황이 꼽힌다. 아메드 총리는 정치ㆍ경제적 차별을 호소하는 오로모족의 반정부 시위로 인해 3년 넘게 국가 비상사태가 반복 선포되던 가운데 집권했다. EPRDF 연정이 사회적 대타협 취지로 오로모족 출신인 아메드 총리를 선출했으나, 하원에 입성(2010년)한 지 10년이 채 안 된 그에게 당초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아메드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부터 과거 정부의 시위대 사살에 대해 사죄했다. 전국을 돌며 “모든 국민과 서로 손잡고 나아가고 싶다”고 통합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추방 망명자 및 반체제 언론의 귀국, 반정부 활동가들에 대한 고소 취하 등을 도와 정국을 안정시켰다. 여기에 공공부문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60%에 육박하면서 내부적으로도 개방 필요성에 대한 뜻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아메드 내각의 결단 직후 아프리카 역내 선두기업들은 앞다퉈 관심을 표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지난 10년간 10% 전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인구(약 1억735만명)도 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 다음으로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에티오피아의 성장률을 8.5%로 점치고 있다. 이에 아프리카 최대 통신업체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MTN, 보다콤은 “에티오피아 시장이 개방돼 기쁘다”며 에티오 텔레콤의 지분 취득에 관심을 드러냈다.
다만 장기적으로 개방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아메드 총리의 정확한 경제 구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에티오피아에는 아직 증권거래소가 없고 외국인들은 금융업에 진입조차 할 수 없다”며 “아메드 총리가 국영기업의 일부 매각을 넘어서 어떤 경제 비전을 가졌는지가 (이번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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