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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몸에는 흔적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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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범죄는 없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지만, 몸에는 흔적이 남는다

입력
2018.06.12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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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남는 삭흔, 모양 방향 색깔이 많은 것 말해줘 해석 따라 ‘자살 타살’ 논란 일기도
'거여동 여고 동창 살인사건'을 해결한 경기 남양주경찰서 조세희 경위. 이혜미 기자
'거여동 여고 동창 살인사건'을 해결한 경기 남양주경찰서 조세희 경위. 이혜미 기자

살인을 가장 손 쉽게 감추는 방법은 자살로 위장하는 것이다. 과학수사와 법의학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성공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첫 판단이 수사의 성패를 가늠한다”고 입을 모은다. 죽은 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지만, 실은 사자(死者)가 몸으로 건네는 말을 제대로 듣는 게 쉽지 않을 뿐이다.

‘거여동 여고 동창 살인’ 사건을 수사한 형사들이 처음에 자살을 의심했던 이유는 사망한 박모씨 시신이 너무나도 깨끗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공격을 당하면 무의식적으로 방어하면서 손이나 팔 등에 ‘방어흔’이 남기 마련인데, 박씨 시신은 격렬하게 저항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대신 그는 힘겹게 손에 잡은 작은 종잇조각으로 ‘자살이 아님’을 말하고 있었다.

목에 끈을 두른 후 힘이 가해져 사망했을 때 남는 자국인 ‘삭흔’(索痕)은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모양, 방향, 자국의 진하기 등으로 질식사 중에서도 스스로의 무게로 목을 맨 ‘의사’(縊死)인지, 다른 힘이 가해진 ‘교사’(絞死)인지를 알 수 있다. 박씨 목 앞에는 선명한 자국 한 줄이 남았는데, 이는 스스로 목을 맸을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삭흔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자살이냐, 타살이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한다. 1996년 1월 가수 김광석씨 사망이 대표적이다. 2017년 개봉한 영화 ‘김광석’을 통해 김씨 타살 의혹을 제기한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는 김씨 목 뒤에 삭흔이 남지 않은 것을 근거로 타살이라는 주장을 폈다. 누군가가 뒤에서 목을 조를 때 양손으로 줄이 교차해 잡으면서 목과 손 사이 간격이 생기기 때문에 목 뒤에는 자국이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대 의견을 내놨다. 오히려 김씨 삭흔 때문에 타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박이었다.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삭흔이 일부만 있다면 ‘의사’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면서도 “삭흔은 법의학에서 고려하는 일부 요소일 뿐 정황과 부검 결과 등을 두고 사망 원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 당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검소견서상 가장 확실한 자살의 증거는 ‘의사‘ 소견들”이라며 “저항흔 등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반면, 목의 전면부에서 귀밑을 거쳐 올라간 삭흔은 뚜렷했다”고 타살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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