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주영은 지난 2015년 영화 '몸 값'으로 데뷔했다. 긴 시간 모델 활동을 했지만 빛을 보지 못했고, 연기를 배우면서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됐다. 비록 연기 전공자는 아니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인물에 감정을 이입하고 연기를 펼친다. 그래서 누구보다 자연스러운 캐릭터 표현이 가능하다.
이주영의 장점은 정형화된 연기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은 극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다. '독전' 속 농아동생 주영 역시 대사 한마디 없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오빠로 등장한 배우 김동영과의 호흡도 무척 좋았다.
실제로 만난 이주영은 영화 속 보이시한 모습과 다르게 수줍은 미소를 지닌 사람이었다. 큰 키에 선한 눈매, 예의 바른 면모가 인상적이었다. "주변에서 웃으면 시골 사람 같다더라"며 환하게 웃는 그는 가식적이지 않아서 더 예뻐 보였다.
이하 이주영과의 일문일답.
-어떻게 연기를 시작했나.
▲나는 원래 모델 일을 했다. 한 10년 정도 안되게 했다. 모델 일이 잘 안 풀렸다. 지금 배우 일은 시작한 지 얼마 안된 거에 비해 잘되는데, 그때는 너무 어려서 뭐가 뭔지 몰랐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가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 친한 언니가 현대미술을 하는데 전시 영상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대사가 없다가 나중엔 대사가 있어서 연기를 자연스레 시작하게 됐다. 그때 오셨던 스태프 분들이 상업영화에서 일하는 분들이었는데 '연기를 해도 괜찮겠다'며 학원도 소개해줬다.
-단편영화 '몸 값'이 데뷔작인데?
▲단편 영화가 접근하기 쉬울 거 같더라. 단편에서는 나 같은 특이한 캐릭터보다는 다른 캐릭터를 원하다 보니까, 어떻게 해야 나를 더 알릴까 생각해봤다. 내가 아무런 필모그래피가 없다. 학원에 다니면서 찍었던 연기 영상을 편집을 배워서 직접 만들었다. 관심이 가게끔 만들려고 노력했다. '몸 값'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님이 오디션을 보자고 했고, 그래서 하게 됐다.
-'독전' 속 농아동생, 무척 강렬했다.
▲내 스스로도 정이 가는 캐릭터다. 마약을 만드는 일이라는 게 범죄인데, 농아남매는 보면 그냥 장난꾸러기들 같고 서로 욕하고 이런 게 친근한 모습처럼 느껴졌다. 그런 게 더 안쓰러웠다. 자기들이 선택해서 이 세계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부모님에 의해 이 조직에 있는 거다. 오빠는 팔이 잘리고, 그래도 천진난만한 모습이 있고 순수하고. 이 남매가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이 힘들었다.
-연기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영화에서 보면 마약 제조할 때 음악을 아주 크게 틀지 않나. 소리를 듣진 못하지만, 창문이 흔들릴 정도로 음악을 크게 틀어서 진동을 느끼는 거다. (연기를 하기 전에) 공부를 많이 했어야 했다. 수화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건데, 다른 언어를 쓰면 문화가 다르다더라. 청각장애인이랑 청인이랑 문화가 다르다는 거다. '나는 귀머거리다'라는 웹툰을 보면서 일상의 사소한 불편함들, 디테일한 것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노크를 할 때도 혼자 할 수가 없는 거다. 먼저 하고 (주위 사람에게) 소리가 들렸는지 물어보고 들어간다.
-그건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인데, 느낀 게 많았겠다.
▲맞다. 선생님이 비유를 했는데, 청인들은 바다에서 모래성을 쌓는 거고 농인은 사막에서 모래성을 만드는 거라 했다. 눈물을 뿌려서 물을 만들어야 모래성을 만들 수 있다고. 귀가 들리지 않으니까 습득하거나 배울 때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
-영화에서 총 쏘던 모습도 기억이 난다. 자세가 남다르던데.
▲하하. 우리가 총을 쏘면서 옆으로 움직이지 않나. 한 번 습격을 당한 상태라 유리 파편이랑 셋팅을 해놨다. 살짝 옆에서 뒤로 움직여야 했는데, 내가 움직일 때 바닥을 자꾸 보는 거다. 리허설 때 계속 바닥을 본다고 지적 받았고, 그러다 한 시간을 리허설을 했다. 다들 걱정을 하셨다. 그런데 막상 슛 들어가고 총을 쏘니까 반동이 심해서 바닥을 안 보게 되고 쭉 가게 되더라. 한 번에 오케이가 됐다. 포기 상태에서 나와서 더 좋아했다.
-총 쏘는 연습도 많이 했나.
▲처음 총을 쏴봤다. 사격장 가서 연습하는데 소리가 너무 커서 너무 놀랐다. 그냥 액션신에서 총 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장난이 아닌 거다. 보통 총 쏠 때 한 손을 받치는데 나는 양쪽으로 쏴야 하니까, 팔 운동을 하라고 하시더라. 액션스쿨 다니면서 기초체력 기르고, 구르기도 하고 그랬다.
-나는 영화 보면서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떠올랐다.
▲오! 진짠가. 나도 사실은 머리 스타일이나 타투나 그런 게 '매드맥스' 샤를리즈 테론이 생각났다. 그 얘길 하니까 이해영 감독님이 빵 터지더라. '너가 무슨 샤를리즈 테론이야?' 하시더라. 그래서 일부러 더 얘기했다. 그냥 캐릭터가 떠오르니까 생각을 한 거다.
-원래 운동을 잘하나.
▲운동신경이 나쁜 거 같진 않고, 이번에 '독전' 찍으면서 체력도 많이 좋아졌다. 달리기 잘하는 편이다. 단거리보다 오래 달리기를 잘한다. 하하.
-이번에 팬들이 많이 생겼을 거 같은데.
▲인스타그램이나 이런데 댓글 달아주는 분들이 여자 분들이 많더라. 댓글을 봤는데 "여자였다니!" 이런 분도 있다. 하하. 완전히 남자 같은 느낌보다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아리송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너무 남자 느낌으로 갈까봐 걱정했는데 그 어딘가에 중간 지점이 있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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