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의 이재민 임시 구호소가 지진 발생 217일이 지나도록 문을 닫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가 폐쇄를 추진할 때마다 큰 여진이 발생한데다 이재민들은 구호소 철거 전에 임대주택 등 거처 마련을 요구하며 귀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흥해실내체육관에는 이재민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설치된 200여 개의 텐트 중 수십 개가 텅 비어 있었다. 이재민 대부분은 이른 아침 포항시가 제공하는 식사를 끝내고 일을 하러 갔고 70대 이상의 노인들만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재민 이모(82)씨는 “저녁이 돼야 사람들이 붐빈다”며 “젊은 사람들은 낮에 체육관에 있어도 텐트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19일 포항시에 따르면 흥해실내체육관에는 108가구, 242명의 포항지진 이재민이 등록돼 있다. 이 가운데 북구 흥해읍 한미장관맨션 주민이 86가구, 200명이나 된다. 1가구는 임시 거주할 주택으로 이사할 날짜를 맞추지 못해 머물고 있고 나머지 20여 가구는 흥해읍 지역에 파손이 심한 단독주택 거주자다.
한미장관맨션 아파트는 파손 상태가 심하지 않은 소파 판정을 받았으나 주민들은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망가졌다”며 전파 판정을 요구하며 구호소를 떠나지 않고 있다.
반파 및 소파 판정을 받으면 수리비 일부만 지원된다. 대체 거주지를 제공 받으려면 전파 판정을 받아야 한다. 구호소 거주자 대부분은 전파판정을 받지 못해 현행 규정상 대체 거주지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한미장관맨션 주민 박모(75)씨는 “방바닥이 솟아 올라와 있을 정도로 부서져 누구나 한 번 보면 도저히 살 수 없는 곳이란 걸 바로 알게 된다”며 “집이 이런데 다들 계속 괜찮다고 말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진 이재민 임시구호소가 8개월째 운영되면서 하루 200여 만원의 시비가 지출되고 있다. 포항시에 따르면 적십자의 식사 제공 중단으로 출장 뷔페를 불러 하루 100여 명의 세끼를 챙기는데 매일 112만5,000원이 나간다. 여기에 임시 구호소 밖 식당과 사무실 운영 등으로 빌린 천막과 에어컨 2대를 빌려 쓰는 비용으로 하루 124만원을 쓰고 있다.
전기 등 공공요금은 정부 지원을 받는다. 체육관에 파견돼 근무하는 소방 등 15명의 인력은 모두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소속이라 별도의 인건비가 들지 않는다.
포항시는 일단 구호소 운영을 연장하고 한미장관맨션에 대한 재진단을 실시, 그 결과에 따라 폐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포항시는 지난해 11월15일 규모 5.4 지진 후 흥해실내체육관에 이재민 임시 구호소를 운영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한미장관맨션이 현재는 소파 판정 받은 상태지만 그렇다고 주민들을 구호소에서 내보낼 수 없어 일단 건물을 재 진단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