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깃발 꽂으면 뽑아줬지만…
동네 발전에 별 도움 없었다
이번엔 민주당 윤준호 뽑을 것”
“자꾸 못했다고 하지 말고
찾아보면 좋은 정책 많았다
김대식 지지해 사업 이어가야”
“한국당 배덕광이가 비리로 감옥에 가면서 치르는 선거 아이가. 그라믄 인자는 민주당을 뽑아야 될 꺼 아이가.”
“그래도 보수가 서부산보다 동부산을 많이 발전시켰다 카이. 마 이번에도 한국당 뽑아야 쭉 발전하는 기라.”
보수의 텃밭으로 꼽혀 온 부산 해운대구을(반여ㆍ반송ㆍ재송동)이 13일 보선에서 26년 만에 진보정당 후보를 택할 지 관심이다. 3전4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부산시 대변인인 윤준호(51) 후보와 여의도연구원장 출신 자유한국당 김대식(55) 후보는 서로의 승리를 자신하며 막판 표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 지역은 자유한국당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가 국회의원을 내리 4선한 데 이어 ‘엘시티’ 에 연루돼 의원직을 사퇴한 배덕광 전 의원이 해운대구청장 3선과 국회의원을 재선한 보수 편향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26년간 보수 철옹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일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서부산권(부산북ㆍ강서갑, 사하갑)에 낙동강 벨트를 구축한 데 이어 이번 보궐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남구와 해운대구를 잇는 동부산 교두보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국당은 “여론조사와 민심은 현저하게 차이를 보인다”며 보수 텃밭 사수를 위해 총력을 쏟아 붓고 있다.
선거 마지막 주말인 10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재래시장에는 막바지 유세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유세를 지켜보던 최모(61)씨는 “예전에는 보수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뽑아줬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랜 기간 한국당을 밀어줬는데 선거 때뿐이지 정작 이 동네 발전에 도움이 된 건 별로 없었다”고 한국당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이모(65ㆍ여)씨도 “지금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데 한국당의 막가파식 반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주변 상인들도 한국당에 반감이 많다”고 덧붙였다.
구도심인 반송 1, 2동은 해운대을에서 경제적으로 다소 낙후된 곳으로 노년 인구가 많아 보수 성향이 강한 곳이다. 지난 대선 때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었지만 현재는 달라진 온도 차가 느껴졌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서모(53)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배 전 의원의 ‘엘시티’ 비리로 보수 정당에 대한 반감이 크다”며 “두 번이나 큰 실망을 안긴 정당을 밀어줄 무지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박모(49ㆍ여)씨의 의견은 달랐다. 그는 “반송이 못 산다 해도 서부산쪽 보다는 살기가 괜찮다”며 “자꾸 못했다 하지 말고 잘한 점들을 찾아보면 한국당 쪽에서 정권 잡았을 때 해놓은 좋은 정책들이 많이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0년 넘게 부동산중개업을 했다는 송모(71)씨도 “반송과 반여동 인근에 추진 중인 제2 센텀지구가 들어서면 집값을 떠나 동네 분위기가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며 “이런 굵직한 사업들은 원래 해오던 대로 이어가야 제대로 굴러 간다”며 한국당을 지지했다.
윤 후보는 같은 해운대구 안에서 좌ㆍ우동 등에 비해 낙후된 반송ㆍ반여동을 ‘아픈 손가락’이라 지칭하며 “잘못된 이주정책으로 낙후된 이 지역만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표몰이에 나서고 있다. 동서대 교수로 한국당의 ‘책사’로 평가되는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실정을 심판해 달라. 서민 경제가 바닥이라 민심이 나에게 쏠리고 있다”며 보수결집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이곳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바른미래당 이해성 후보와 해운대 구의원을 두 차례 지낸 의사 출신 민중당 고창권 후보, 올해 27살인 부경대 대학원생인 대한애국당 한근형 후보,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인 무소속 이준우 후보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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