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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진실? 안정? 기로에 선 김명수 대법원장

입력
2018.06.08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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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김명수 대법원장

검찰 수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우리시대 ‘진정한 성역’,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될까.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가 일선 판사들을 사찰하고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했을 수 있다는 단서가 발견되며, 여론은 물론 사법부 안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 등을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반인이야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 받는 게 당연하지만, 어떤 세계에선 아직 그런 원칙이 통하지 않는다. 검찰은 선제공격(강제수사)을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영장이나 판결 등 법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대법원이 어떻게든 ‘오케이(OK)’ 사인을 내려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전직 사법부 수장을 검찰청사 앞 포토라인에 세울지, 그 선택의 칼자루는 바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재판거래 및 사찰 관련자를 사법 처리해야 한다”는 일선법원 단독ㆍ배석 판사들의 요구에, 김 대법원장은 장고를 거듭 중이다.

그는 지금 2주 가까이 법원 안팎 의견을 경청하는 중이다. 거의 매일 열리는 각급 법원 판사회의, 법원 바깥 사람들도 참석한 사법발전위원회(5일), 법원장간담회(7일), 전국법관대표회의(11일)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있다. 각계 의견을 반영해, 지방선거(13일) 이후 대법원이 관련자 수사를 용인 또는 요청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미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고, 거래를 의심케 하는 문서는 다 드러났다. 이대로 수사도 없이 덮는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는 산산조각 날 수 있다. 고위 법관들이 명시적으로 수사를 반대한 상황에서, 수사 요청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조직의 안정, 성역 없는 진실, 놓칠 수 없는 두 가치 중 김 대법원장은 무엇을 고를까?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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