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판사들과 의견 엇갈려 혼란 커져
전국 법원장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를 사법부가 형사 조치해선 안 된다는 결론을 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결의에 최고참급 법관들이 힘을 실은 것으로, 일선 소장ㆍ중견급 판사들의 잇따른 ‘성역 없는 수사’ 촉구와 배치되는 결과다. 극명히 엇갈리는 노ㆍ소장 법관들의 의견에 따라 사법부 혼란 내지 내홍이 격화할 전망이다.
전국 법원장 36명은 7일 대법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6시간 동안 논의해 “검찰 수사 사안이 아니다”는 결론을 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관련자에게 형사조치를 하지 않기로 한 대법원 특별조사단 결론을 존중하며, 사법부의 고발, 수사의뢰 등 조치는 적절치 않다는 게 전국 법원장 논의 결과”라고 밝혔다. 수도권 한 법원장은 “문건 내용이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위협할 수준으로 심각한 것은 맞으나 직권남용 등 형법을 어긴 범죄로 나아간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었고, 이런 결론에 별다른 이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원장들은 ‘재판 거래’ 논란 대목을 두고 “합리적인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는 조사단 결론에 수긍 못하는 법원 안팎의 인식을 충분히 인식한다며 고발 등 형사조치 가능성을 열어둔 김 대법원장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대신 법원장들은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혁방안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촉발된 이 사태로 세 차례나 조사를 벌이며 1년 3개월간 사법부가 극심한 내홍과 사법불신을 초래했기 때문에 더는 피로감을 주는 논란거리 생산 없이 수습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자 진술에 의존한 조사상 한계가 뚜렷함에도 어정쩡한 사태 수습을 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