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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실 개혁 드라이브에... 설 자리 잃은 살라피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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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실 개혁 드라이브에... 설 자리 잃은 살라피스트

입력
2018.06.07 18: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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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경찰 역할 축소시키고

신학자 체포 등 ‘물리적 위협’도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딩아라비아 왕세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딩아라비아 왕세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가 꼭 이방인(strangers)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거주하는 50세 남성은 최근 친구들과 저녁 모임을 가진 뒤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를 ‘살라피스트(이슬람 수니파 근본주의자)’라고 소개한 그는 자신과 친구들이 마치 현대 기술문명을 거부한 채 사실상 격리 생활을 하고 있는 미국의 종교집단 ‘아미시파’와 비슷해지고 있다면서 “(사우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고 했다. 사우디의 급격한 사회 변화 흐름 속에서 이슬람 전통을 고수하는 자신들은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는 푸념과 불만을 터뜨린 셈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사우디 현지 분위기를 이같이 전하면서 “한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이슬람 보수주의자들이 ‘침묵’에 빠져들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왕실 주도로 진행되는 ‘개혁’과 ‘억압’이 날로 가속화함에 따라, 이들의 혼란과 불안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말이다.

WP에 따르면 사우디 보수 세력에 전례 없는 위기감을 던져 준 당사자는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모하메드 빈 살만(33) 왕세자다. 그의 ‘사우디 근대화’ 프로젝트가 겨냥한 핵심 목표 가운데 하나는 살라피스트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것이다. 사우디 인구 3,300만명 가운데 약 23%(750여만명)를 차지하는 살라피스트는 왕실 바깥에서 가장 공고한 정치적 세력을 구성하고 있다. 개혁 과정에서 이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모하메드 왕세자가 주도하는 ‘보수파 힘 빼기’는 실제로 곳곳에서 감지된다.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이슬람교의 도덕 규범을 강제하는 기관인 ‘종교 경찰’의 영향력 축소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 창립돼 사우디의 엄격한 이슬람 이데올로기 전파에 큰 역할을 수행한 무슬림세계연맹(MWL, 수니파)도 최근 들어 시아파 무슬림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등 보다 유연한 단체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에서 지난해부터 남녀가 콘서트장이나 영화관 등 공개 장소에서 함께 어울리는 게 허용된 데 이어, 지난 4일 여성에게 사상 처음으로 운전면허증이 발급된 것도 큰 변화다.

보수파에는 직접적인 ‘물리적 위협’도 가해지고 있다. 사우디 당국은 지난해 9월 저명한 이슬람 신학자인 살만 알-아우다를 체포한 뒤 현재까지 구금 중인데, 이에 대해 보수파들은 “모하메드가 ‘너무 많은 사회적 발언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프랑스의 중동전문가인 스테판 라크르와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교수는 “사우디 당국은 항상 진보파와 보수파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는 입장이었는데, 지금 방식은 과거보다 훨씬 더 난폭해 보인다. ‘두려움의 균형’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WP는 모하메드 왕세자의 개혁이 ‘관대한 이슬람국가’를 건설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잠재적인 경쟁자들을 무력화해 권력 강화를 추구하는 것인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파이살국왕 이슬람연구센터 책임자인 사우드 알 사르한은 “(어찌 되었든) 이제는 과거로 회귀할 방법이 없다”며 “수니파든 시아파든, 지도자와 신도들 모두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적이고 파괴적인 근본주의와는 단절해야 한다는 명백한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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