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단팥빵ㆍ옥수수빵 등
프랜차이즈 아닌 차별화 상품
3년 새 매출 2배나 증가
2016년 점유율 40% 육박
1인 점포에 1~2가지 단품 전략
SNS서 ‘마약빵’ 등 불리며 인기
1957년 대구에서 문을 연 ‘삼송빵집’은 ‘통옥수수빵’의 인기에 지난해 전국 41개 매장에서 무려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밀가루빵 안에 옥수수와 특제 소스를 버무린 통옥수수빵은 일명 ‘마약빵’으로 불린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마약빵을 검색하면 빵의 잘린 단면을 먹음직스럽게 찍어놓은 사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삼송빵집 관계자는 7일 “특정 단품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며 “통옥수수빵만 하루에 90만개 이상 팔린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명성을 쌓아 온 골목 빵집이나 단팥빵과 식빵 등 단일 품목을 앞세운 전문 빵집의 인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한 ‘동네빵집’이 급성장하면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시장까지 추월할 기세다. 젊은층의 식문화 변화에 한국인의 빵 소비도 증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18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보고서-빵류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전체 빵집 매출액은 5조9,389억원으로, 2013년 대비 40.1% 증가했다. 눈길을 끄는 건 빵집 매출 증가를 견인한 게 프랜차이즈가 아닌 동네빵집이란 사실이다. 동네빵집 매출은 2016년 2조3,353억원으로, 2013년 대비 92.6%나 늘었다. 반면 프랜차이즈 빵집 매출은 3조6,034억원으로, 같은 기간 19.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동네빵집의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도 28.6%에서 39.3%로 확대됐다.
동네빵집의 인기는 프랜차이즈의 ‘표준화’한 상품 대신 ‘차별화’한 손맛을 추구하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성훈 세종대 교수는 “백화점식으로 다양한 빵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가 ‘들르는’ 빵집이라면, 품목은 적어도 독특한 맛으로 승부하는 동네빵집은 ‘찾아가는’ 빵집”이라며 “젋은층은 소비나 구매도 차별화를 지향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SNS를 통해 빵의 사진이나 영상 등을 공유하는 젊은층의 문화는 동네 골목빵집을 전국구 스타로 만든 주역이다. SNS가 동네빵집 마케팅의 가장 큰 우군이 된 셈이다.
사업자 입장에서도 소규모ㆍ소품목 빵집은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등 치솟는 인건비와 재료비, 임대료 등을 감당하는 대신 1인 점포에서 자신 있는 품목으로 승부를 띄우는 곳이 늘고 있다. 마칠석 대한제과협회 기술분과위원장은 “고용원을 두기 보단 혼자 1, 2가지 단품으로 당일 생산해 당일 모두 판매하는 전략을 택하는 빵집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빵 사랑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16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빵류 소비량은 90개(85g 단팥빵 1봉지 기준)로, 2013년(81개)에 비해 9개나 증가했다. 나흘에 빵 1개씩을 먹는 꼴이다. 김은미 김포대 교수는 “해외 경험이 많고 식습관이 서구화한 젊은층이 식사 대용으로 빵을 선택하며 국민들의 빵 섭취량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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