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 왕궁지 유적서 토성 등 확인
7일 현장, 11일 공개설명회 개최
“가야사 연구복원사업 본격 탄력”
경남 함안군에서 1,500년 전 아라가야(阿羅伽倻) 왕성 실체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경남도는 함안 아라가야 추정 왕궁지 유적(가야읍 가야리 289 일원)에 대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의 긴급 발굴조사 결과 1,500년 전 아라가야 왕성 흔적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아라가야 추정 왕궁지에 대한 최초의 발굴조사로, 토성(土城)과 목책(木柵) 대형 건물터를 확인하는 등 아라가야 왕성의 실체를 처음 밝혀낸 성과다.
이 일대는 1587년 편찬된 조선시대 읍지 함주지(咸州誌) 등 각종 고문헌에 ‘가야국의 옛 도읍터’로 기록돼 있는데다 남문외(南門外), 대문천(大門川) 등 왕성, 왕궁 관련 지명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그 동안 아라가야 왕궁지로 추정돼 왔으나 실질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최근까지도 실체를 밝힐 수 없었다.
이번 발굴조사는 지난 4월 추정 왕궁지 유적 일원에서 경지 정리 중 드러난 성토(盛土) 흔적을 함안군 관계자가 발견하면서 시작됐으며, 경남도와 함안군,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 관계자의 현지조사와 전문가 자문을 거친 결과 긴급 발굴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지난달 11일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에 착수했다.
발굴조사는 성토 흔적이 드러난 곳을 중심으로 약 1,300㎡에 대해 실시돼 이곳에서 토성과 목책, 건물터 등 아라가야 왕성과 관련한 시설이 대거 확인됐다. 이 중 토성은 전체 높이 8.5m, 상부 너비 20~40m의 규모로, 같은 시기 가야권에서는 유례없는 대규모 성곽이다.
또 성토 과정에서 성벽이 밀리지 않도록 공정마다 나무기둥을 설치하거나, 판축(板築)을 통해 점토와 모래를 켜켜이 다져 올리는 등 정교한 토목공사의 흔적이 확인됐다.
토성 상부에서는 2열의 나무기둥으로 이뤄진 목책이 확인됐고, 내부에서는 건물터와 구덩이(수혈(竪穴)) 등이 발견됐다. 유적에서 출토된 각종 토기 조각들로 보아 토성의 축조 및 사용 시기는 5세기 중반~6세기 중반으로 보인다. 이때가 말이산고분군에 대형의 고총고분(高塚古墳)을 조성하고 대내외적 교섭을 활발하게 전개하던 아라가야의 전성기라는 점에서 왕성의 용도와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현장을 답사한 관계전문가들은 “함안 아라가야 추정 왕궁지 유적은 토성 등 방어시설과 건물지를 갖춘 아라가야 최고지배층(왕)의 거주공간으로, 이번 발견된 토성은 왕궁을 보호하는 왕성(王城)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추가 발굴조사를 통해 토성의 정확한 범위와 왕궁지의 흔적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7일 현장설명회를 연 데 이어 기초조사와 추가적인 발굴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며, 오는 11일 지금까지 발굴성과를 주민에게 알리는 공개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한경호 경남지사 권한대행은 “아라가야 추정 왕궁지 유적에 대한 긴급 발굴조사를 통해 가야 왕성과 왕궁지의 흔적을 발견한 것은 가야사 연구복원 사업이 본격 추진되며 올린 최고의 성과”라며 “도내 가야사 연구복원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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