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월드컵 캠프
공 바람 넣기·버스 인원 점검 등
막내들이 맡았던 소소한 임무도
담당 스태프 생기며 과거 속으로
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로 들어가기 전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담금질 중인 축구대표팀에는 과거와 달리 ‘방장’ ‘방졸’이 없다.
예전 월드컵 때도 대표팀은 개최국 베이스캠프 입성에 앞서 시차, 환경 적응을 위한 사전 훈련을 했다. 2006독일월드컵 때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2010 남아공월드컵 때는 이번처럼 오스트리아 노이슈티프트를 거쳤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 직전에는 미국 마이애미에서 조직력을 다졌다. 월드컵 베이스캠프는 ‘1인 1실’이 원칙이지만 사전 캠프에서는 예외 없이 ‘2인 1실’을 썼다.
사령탑마다 룸메이트를 정하는 기준도 달랐다. 독일월드컵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선수들 친분을 반영했다. 동갑내기 박지성과 정경호, 안정환과 이을용이 편하게 한 방을 썼다. 최종명단이 23명이라 보통 주장이나 최고참은 독방을 받았다.
남아공월드컵 허정무 감독은 26명을 뽑은 뒤 오스트리아에서 3명을 탈락시켰는데 포지션 경쟁자끼리 붙여놔 선수들이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했다. 11살 차이가 나는 이동국과 이승렬을 비롯해 오른쪽 풀백 차두리와 오범석, 왼쪽 풀백 이영표과 김동진이 룸메이트였다. 브라질월드컵 홍명보 감독은 절충안을 택했다. 고교 동기인 이근호와 하대성, ‘톰과 제리’라 불릴 정도로 단짝이었던 김신욱, 손흥민이 한 방을 쓴 반면 왼쪽 풀백 주전 자리를 놓고 다툰 박주호와 윤석영, 수비형 미드필더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한 박종우와 한국영이 룸메이트를 맺었다.
반면 신태용호는 레오강부터 1인 1실이다. 김대업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지원실장은 “비용이 좀 더 들지만 나름 합리적인 가격대가 책정돼 1인 1실을 택했다. 선수들이 훨씬 편하게 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에서 이승우(20ㆍ베로나) 다음으로 어린 황희찬(22ㆍ잘츠부르크)은 “1인 1실이 더 좋다”고 솔직히 말했다.
선수들 간 대화가 적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자연스러운 미팅으로 소통에 큰 문제는 없다. 손흥민(26ㆍ토트넘)은 “주장 (기)성용이 형 주도 하에 미팅도 많고 밥 먹을 때 도 포지션별로 앉아서 전술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전했다.
시대가 흘러 선후배 위계가 옅어지면서 막내의 역할도 변했다. 선수단장 자격으로 오스트리아에 와 있는 협회 최영일 부회장은 “예전에는 공에 바람을 넣는 게 막내 일이었다”고 했다. 2000년대 들어 장비담당이 생기면서 이런 문화는 사라졌다.
그래도 지난 브라질월드컵까지는 막내의 마지막 임무가 있었다. 숙소와 훈련장을 오가는 버스에서 하는 인원 점검이었다. 당시 막내였던 손흥민이 부지런히 숫자를 세고 인원보고를 마쳐야만 버스가 출발했다. 손흥민이 자기를 빼먹는 바람에 숫자가 계속 안 맞아 선배들에게 야유를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대표팀 매니저가 직접 인원 파악을 한다.
대신 이곳 오스트리아에서 이승우는 훈련 도중 쉴 때 선배들에게 먼저 음료수를 권하고 평소 황희찬과 함께 싹싹하게 분위기를 띄우는 걸로 막내 역할을 대신한다.
레오강(오스트리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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