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방미ㆍ판문점 협상 중에도
5월 27일 이후 관련보도 없어
체제 운명 좌우할 결단 앞두고
김정은, 이해득실 막바지 장고
“낙관만 하기 어려운 탓” 분석도
‘12일->오전 9시->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 북미 정상회담 윤곽이 하나씩 채워지고 있지만, 북한의 의중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메시지는커녕 미국 워싱턴ㆍ싱가포르ㆍ판문점 등 다채널로 진행되는 사전 협상에 대한 보도도 일절 나오지 않고 있다.
양측의 이견 조율이 아직 한창인 가운데 회담 직전까지 장고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김 위원장 등장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침묵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대내외용 매체들은 북미 정상회담을 엿새 앞둔 6일까지 관련 소식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을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달 27일이 마지막이다. 미국 백악관이 4일(현지시간) 회담 시각을, 5일 회담 장소를 발표하는 등 회담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이다.
지난달 30일부터 미국을 찾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4일 평양으로 돌아온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관련 소식과, 판문점ㆍ싱가포르 사전 회담 소식도 전하지 않고 있다.
체제 운명을 좌우할 결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이 막판 장고에 돌입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핵화에 대해 미국이 제시한 대가가 불균형하다고 판단해 회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에 대한 확실한 담보가 확인되지 않아 국내 보도를 자제하고 있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회담 성과가 불분명한 상황이니만큼 공식 입장 표명으로 얻을 수 있는 득보다 실이 크다 판단했을 수도 있다. 대외적으로 통일된 메시지를 내놓기에는 아직 내부의 입장 정리가 안 되었을 수 있고, 회담이 실패했을 경우 내부 동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 위원장 일정 등을 일일이 보도하지 않는 북한 매체 특성을 생각하면 예외적인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상세히 보도했던 것에 비하면 이번 침묵은 확실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은둔의 나라’의 지도자답게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음으로써 회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거나, 회담의 극적 효과를 키우기 위해서일 거란 관측도 나온다.
한편 북미 정상회담 의전ㆍ경호 협의를 위해 싱가포르에서 열흘간 머물렀던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6일 오전 싱가포르를 출발, 경유지인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공항 귀빈실을 통해 공항을 빠져나갔다고 전해졌고, 이후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 부장은 고려항공 항공편이 없는 이날 하루 베이징에서 머문 뒤 다음날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귀국 즉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대면 보고를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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