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 우승팀 백악관 초청 취소에
기도 장면 “무릎 꿇기 시위”로 오보
무산 책임 전가하려다 되레 낭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우군’인 폭스뉴스가 미국프로풋볼(NFL) 챔피언 결정전(슈퍼볼) 우승팀 백악관 초청행사의 전격 취소와 관련해 망신살이 단단히 뻗쳤다. 이들은 취소 사유로 NFL 선수들의 ‘무릎 꿇기’ 시위를 들었는데 올해 2월 슈퍼볼에서 승리,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거머쥔 필라델피아 이글스 선수들의 경우 단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예정돼 있던 이글스 선수단 백악관 초청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그는 4일자 성명에서 “이글스는 소규모 대표단을 보내려 했다. 국가(國歌) 연주 동안 자랑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어달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대통령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고 행사 하루 전 갑자기 취소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몇몇 NFL 선수들의 ‘인종차별 반대’ 무릎 꿇기 시위를 맹비난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글스 일부 선수가 ‘행사 불참’을 선언하자 아예 선수단 전체를 초대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친(親)트럼프 성향인 폭스뉴스도 거들었다. 이 매체는 이글스 선수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사진과 함께 트럼프의 성명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 백악관이 프로ㆍ대학 스포츠 우승팀을 초대해 축하하는 오랜 전통이 깨진 책임은 선수들한테 있다고 은근히 떠넘긴 셈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이글스 공격수인 잭 에르츠는 이날 트위터에 “국가 연주에 앞서 팀원들과 기도하는 사진을 당신의 선전(propaganda)에 사용하나? 그저 슬플 뿐”이라고 적었다. 이 트윗은 6시간 동안 8만 3,000여개의 ‘좋아요’를 받았고, 3만 3,000회 이상 리트윗됐다. 결국 폭스뉴스는 ‘오보’임을 인정하는 공식 사과 성명을 내고 꼬리를 내렸다.
이글스의 수비수 말콤 젠킨스도 이날 “구글 검색만 해도 이글스 선수들의 무릎 꿇기는 0회라는 걸 알 수 있다. (백악관의 행사 취소) 결정은 우리가 ‘반미’라는 거짓말이자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NFL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와 폭스뉴스의 ‘가짜 뉴스’가 잘못 빚어낸 합작품에 스포츠마저 정치적 선전 도구로 활용됐다는 평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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