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선제적 도입 촉구하자
기업은행은 내달부터 시행
하반기엔 금융권 보편화 전망
당초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1년 간 유예받은 금융권이 오히려 조기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 주목된다. 정부가 선제적 도입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사실상 하반기엔 금융권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보편화할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조기 도입을 위해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IBK기업은행과 NH농협은행이다. 김도진 행장의 지시로 지난 3월 ‘근로시간단축 대응 TF’를 꾸린 기업은행은 내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TF는 일정 시간 이후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 시스템’ 도입과 출근 가능 시간대를 확대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행도 야근이 많은 정보기술(IT) 분야와 영업점 등 특수직군 분야까지 포함한 주 52시간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저녁이 있는 삶’ 등 근로문화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KEB하나은행도 TF를 구성, 야근이 잦거나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일부 직무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인천공항 소재 영업점과 IT 상황실 등이 대상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도 최근 근로시간 단축 관련 TF를 만들거나 업무 현황 파악 등 조기 도입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당초 은행을 비롯해 보험, 카드 등 금융회사들은 고객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1년간의 유예기간을 인정받아 내년 7월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시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4월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들이 다른 일반 기업에 비해 여력이 있는 만큼 신규채용을 통해 노동시간 단축을 조속히 현장에 안착시켜 다른 업종에 모범 사례가 돼 달라”고 주문한 뒤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셀프 연임 논란과 채용 비리 파문 이후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것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했다.
특히 전국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지난달 30일 3차 산별중앙교섭에서 주52시간제를 주요 안건으로 내걸면서 조기 도입은 급물살을 탄 상태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조기도입에는 모두 공감을 했다”고 밝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 수사 등이 진행 중인데다 정부에서 조기 도입이란 일종의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한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늦어도 연말까진 도입이 완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이 ‘총대를 메고’ 조기 도입에 들어가면서 보험과 카드, 금융투자업계 등 2금융권도 주 52시간 근무 조기 도입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사, 자금관리, IT분야 등 20여개 예외 직군의 적용범위를 놓고 노사간 이견은 남아 있다. 사측은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근로 시간을 적용할 경우 서비스 질 저하 등이 우려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예외 직무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단축근무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주 52시간 근무 경직적으로 적용할 경우엔 추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인력을 늘릴 수 있는지, 추가적 보상이 가능한지 등을 따져본 뒤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속도조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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