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오픈 테니스
이탈리아 40년 만의 메이저 4강
11위·9위 이기며 돌풍 예고하더니
8강서 조코비치까지 3-1로 제쳐
ESPN “영화로도 안 될 대이변”
“저 지금 꿈꾸고 있나요?”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에 참가한 이탈리아의 마르코 체키나토(26ㆍ72위)는 믿기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대회 남자단식 1회전에서 마리우스 코필(루마니아ㆍ94위)을 마지막 5세트에서 게임스코어 10-8로 따돌리고 2010년 프로 전향 후 18년 만에 메이저 대회 첫 승을 거둔 것만으로도 감격할 만했다. 하지만 체키나토의 파이팅은 더욱 강해졌고 무려 12차례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의 노박 조코비치(31ㆍ세르비아ㆍ22위)마저 잠재웠다. 체키나토는 “이 순간에서 깨어나려면 대회를 마친 뒤 휴식이 필요할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체키나토가 프랑스오픈에서 이탈리아 테니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체키나토는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대회 준준결승에서 3시간26분의 접전 끝에 조코비치를 3-1로 꺾고 준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1978년 프랑스오픈 코라도 바라주티 이후 40년 만에 메이저 대회 남자단식 4강에 진출한 이탈리아 선수가 됐다.
또 1999년 당시 세계랭킹 100위였던 안드레이 메드베데프(우크라이나) 이후 가장 낮은 랭킹으로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4강에 오른 선수로도 이름을 남겼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체키나토의 대이변을 두고 “이런 각본이었다면 영화 제작사는 ‘말도 안 된다’며 갈기갈기 찢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올해 4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헝가리오픈에서 처음으로 투어 단식을 제패하며 상승세를 탔지만 체키나토가 메이저 대회에서 조코비치를 누르고 4강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이는 없었다. 조코비치는 최근 팔꿈치 부상으로 고생하고, 2016년 US오픈 준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 4강에 한 번도 들지 못했지만 여전히 ‘황제’다.
체키나토는 3회전에서 10번 시드를 받은 파블로 카레노 부스타(스페인ㆍ11위), 4회전에서 8번 시드의 데이비드 고핀(9위ㆍ덴마크)을 각각 3-1로 물리치고 심상치 않은 돌풍을 예고했다. 천하의 조코비치 앞에서도 경기 초반 중압감에 긴장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을 찾고 잊지 못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었다.
체키나토는 “경기 시작 때만 하더라도 매 순간 ‘내가 상대하는 선수는 조코비치야’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러나 포인트 하나를 따내는데 집중했고, 매치포인트 순간 정말 좋은 포인트를 얻었다”고 기뻐했다. 경기 후 조코비치의 축하를 받은 그는 “우리는 승리 후 순간을 공유했고, ‘행운을 빈다’는 덕담도 들었다”며 “조코비치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코비치 또한 “체키나토는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패배를 깨끗하게 받아들였다.
체키나토는 4강에서 도미니크 팀(8위ㆍ오스트리아)을 상대한다. 팀은 8강에서 2번 시드의 강호 알렉산더 즈베레프(3위ㆍ독일)를 3-0으로 제압했다. 팀과 체키나토는 지금까지 두 차례 만나 1승1패를 기록했다. 체키나토는 “팀 역시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자신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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