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첫 직장 퇴직금 500만원 털어
구의원 출마한 31세 곽승희씨
무료 온라인 플랫폼으로 펀드 모금
전국서 지원 몰려 800만원 모아
#2
“유력 정치인만 하란 법 있나요?”
시ㆍ구의원 후보 선거펀드 개설 바람
자금 부족한 정치 신인들에 단비
지지자 결집ㆍ홍보 효과도 거둬
#3
후원금과 달라 공무원 등도 가능
득표율 저조 땐 상환 위험 부담
상한액 없어 ‘검은 거래’ 악용 소지도
‘딩동’ ‘카카오뱅크 입금 10만원 김oo’
아! 드디어 돈이 들어왔다. 어제 투자 약정만 하고 입금은 안 하신 바로 그분이다. 간혹 입금을 아예 잊는 분이 있어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이던 참이었다. 이로써 간밤에만 160만원이 모였다. 오늘은 현수막과 공보물 제작비 잔액 200만원을 결제하는 날. 어젯밤 눈 딱 감고 페이스북에 ‘선거자금이 동났다. 선거펀드에 동참해달라’는 SOS 신호를 쳤는데 이렇게 응답이 올 줄이야. 생명수가 폭포처럼 쏟아내리는 기분이다. 통장에 24시간도 머물지 못하겠지만.
나, 곽승희(31)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 금천구 구의원에 도전했다. 5명의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정치신인’ ‘여성’ ‘무소속’이다. 현직 ‘월간 퇴사’ 제작인으로 자타공인 ‘일 저지르기’ 선수이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직업 정치인’은 인생계획에 없었다. 이번 출마는 ‘60일을 거주하고 기탁금 200만원만 내면 누구나 구의원에 도전할 수 있다’는 ‘구의원 프로젝트(구프)’에 동참하면서 시작됐다. 동네정치는 평범한 이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 내 첫번째 공약은 구의원을 제대로 활용하게끔 ‘구의원 사용법’을 만드는 것이다.
준비한 선거자금은 첫 직장 퇴직금 500만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모했다. ‘돈 먹는 하마’라는 유세트럭이나 로고송, 대용량문자서비스는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가장 기본적인 공보물과 현수막 제작에 드는 돈이 너무 많았다. 공보물 2만7,000부를 찍느라 278만원을 썼다. 현수막에는 예비후보시절 80만원, 기호가 나온 후 다시 제작하면서 60만원이 더 들어갔다. 그것도 ‘구프’ 언니들은 “완전히 싸게 했다”고 난리였다. 사진 촬영 36만원, 명함제작 40만원, 플래카드, 어깨띠….여기까지만 해도 500만원이다(퇴직금은 전액 소진). 선거 전엔 현수막도 명함도 안 만들려 했지만 아무리 열심히 다녀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기에 신인일수록 오히려 더 필요했다. 그런데 막상 현수막을 걸려 하니 선거법상 선거사무실에만 걸 수 있단다. 결국 번화가에 사무실(임대료 330만원)까지 장만했다.
선거자금은 봄눈 녹듯 사라지더니 예비후보 기간에 이미 바닥났다. 뒤늦게 참여한 선거펀드가 내 선거운동의 생명줄이 됐다. 청년정치인들의 선거자금을 모아주는 무료 온라인 플랫폼이다. 처음엔 ‘펀딩=홍보’라고 여겼지만 자금 측면에서 너무나 큰 도움이다. 난 1,000만원을 목표로 2%의 이자율을 제시하고 비교적 늦은 10월 1일을 상환일로 잡았다. 나 역시 남들처럼 8월 중순 돌려받을 선거보전금으로 상환하고 싶지만 선거운동을 하면 할수록 선거는 돈이요, 돈 없는 정치신인에겐 너무 높은 벽이다. 4,400만원에 이르는 선거비용 제한액도, 선거비용 보전기준인 득표율 15%도 아주 먼 나라 이야기 같다. 유력후보들은 어차피 받을 돈이니 2층 높이 아크릴을 간판 세우고 선거운동원을 최대한 고용하며 선거비용 제한액까지 아낌없이 선거운동을 하지만 우리 캠프 고정 인원은 나를 빼면 2명이다.
선거펀드를 시작했지만 ‘보전 가능성이 불확실한 무소속 정치신인에게 과연 누가 투자할까’하고 한없이 작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7일)까지 투자액은 803만원, 목표 달성이 코앞이다. 선거운동비용이 2배 이상 늘었지만 덕분에 무탈하게 꾸려나가고 있다. 처음엔 지인이 많았지만 모르는 분들이 점점 늘고, 인천 순천 천안 광주 등 각지에서 참여하고 계신다. 아무 인맥없는 정치 초보를 전국에서 응원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하고 감사하다. 요즘엔 수시로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투자자가 입금을 할 때마다 도착한 카카오뱅크 알람 리스트다. 투자한 분들을 보면 함께 선거운동을 하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다시 한번 신발 끈을 동여맨다.
시ㆍ구의원 후보까지…선거펀드 유행
일부 정치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선거펀드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ㆍ구의원과 같은 기초의원 후보까지 폭넓게 참여하면서 새로운 선거 트렌드로 떠올랐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10년 경기도지사 출마 당시 선거비용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알려진 선거펀드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이나 박원순 서울시장 등 유력정치인 위주로 개설됐다.
선거펀드가 활성화되며 전용 온라인 플랫폼도 생겨났다. ‘비(B)펀드’에는 130여명의 후보자가 참여했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나 같은 당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같은 거물 정치인도 있지만 시의원이나 구의원 지망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방선거CROWD공동펀드’에는 65명이 참여했다. 민주당ㆍ자유한국당ㆍ바른미래당ㆍ무소속용 사이트를 만들어 같은 당 후보끼리 모아놓은 방식이다. ‘청치(청년정치)펀딩’에는 곽승희씨를 포함해 청년 정치신인 12명이 동참했다.
후보자가 직접 선거펀드 사이트를 제작한 사례는 더 많다. 기존의 무료 펀딩플랫폼을 이용하면 비전문가도 적은 비용으로 쉽게 만들 수 있다. 서병수 한국당 부산시장 후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후보 등이 대표적이지만, 정치 신인들의 기세가 무섭다. 이번이 첫 출마인 채현일 민주당 영등포구청장 후보는 선거펀드를 연 지 9시간 만에 1억5,000만원을 완판했다. 당 차원에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정의당과 민중당은 각 10억원과 3억원을 목표로 홍보에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의 선거펀드 개설 현황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목표액이 달성되면 사이트를 닫는 경우가 많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따로 관리하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는 후보 1,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한다. 황의완 비펀드 대표는 “후보자들에게 개별 전화마케팅을 해보니 플랫폼을 통해 200명 이상, 자체 제작을 통해 700~800명 등 1,000명가량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조달에 홍보효과…절차도 간단
선거펀드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선거자금을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지지자 결집과 홍보 효과까지 거둘 수 있어서다. 자금조달 측면에서는 돈, 조직이 없는 정치신인에게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다. 또 펀드 개설이라는 일종의 정치이벤트를 통해 지지자들을 한데 모을 수 있고, 조기마감 등으로 세를 과시하며 전국적인 홍보의 기회로도 삼을 수 있다. 채 후보는 “출마 전부터 개인대출보다는 펀드를 통해 자금을 모으려고 생각했다. 정치 신인은 개소식이나 후보등록 외에 조명받을 기회가 별로 없는데, 펀드 개설로 홍보할 기회를 한 번 더 얻을 수 있다. 또 선거자금을 모으는 과정을 보여주는 효과가 있어 깨끗한 이미지도 제고할 수 있다”고 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펀드에 대해 “투명한 정치자금 확보와 시민의 정치참여를 독려하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라고 긍정 평가했다.
펀드 개설에 따른 비용부담도 적다. 투자금에 대한 이자 비용이 필요하고, 추가로 펀드개설비(플랫폼별 무료~500만원)와 차용증을 발송할 우편 비용을 부담하면 된다. 물론 차용증을 이메일 발송하면 비용이 없다. 채 후보는 “펀드사이트는 포털에서 무료로 내려받은 양식을 활용했다. 1억5,000만원을 3개월간 3%로 빌리는 이자 110여만원과 등기우편비만 소요됐다”라고 했다.
선거펀드에 참여하는 절차는 간단하다. 투자자가 온라인상에서 성명, 연락처, 주소 등 본인정보와 투자액, 상환받을 계좌정보를 기입하고 후보자 계좌로 입금하면 된다. 후보자 선거캠프에서는 입금 확인 후 해당 정보를 가지고 차용증을 만들어 우편 또는 이메일로 발송한다. 모든 과정이 빠르면 당일, 늦어도 3, 4일이면 충분하다.
신인들 “국민에 빚지는 것이라 마음 편해”
“청년 정치인들이 정치를 망설이는 이유는 세 가지, ‘돈ㆍ세력ㆍ경력’ 부족 때문입니다. 청치펀딩은 이 가운데 돈과 세력 확보를 지원하려 시작했습니다.”
선거펀드 가운데 국회사무처 산하 비영리재단인 ‘와글’이 지원한 청치펀딩이 주목을 받고 있다. ‘돈이 없어 정치를 포기하는 현실의 벽을 십시일반으로 낮추자’는 목표로 지난 4월 개설됐다. 다양한 정파의 20~30대 후보자 12명이 현재까지 490여명으로부터 1억7,761만원을 투자받았다.
김동욱 대표는 “지방의원들이 후원회를 열 수 없는데 청년들은 은행권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다”며 “선거펀드가 합법적으로 자금 숨통을 틔워줄 유일한 기회”라고 말했다. 정치자금법상 국회의원이나 광역단체장 이상은 후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지방의원(기초ㆍ광역의원)은 후원회를 열 수 없다. 선관위도 지방의원 후원을 허용하자는 의견을 내놨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박경민 바른미래당 부산진구의원 후보는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라며 “지방정치인을 후원하겠다는 사람도 많고, 실제 받고 있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치펀딩에 참여한 후보자들은 입을 모아 선거운동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허승규 녹색당 안동시의원 후보는 “후원금을 못 받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본인 자산만으로 선거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럴 때 펀딩플랫폼을 만들어 정치신인들을 한 곳에 엮어주니 효과가 배가된다”라고 했다. 개인끼리 차용증을 쓰고 빌리는 것에 비해 투자자에게도 청년들의 도전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부여가 되고 후보자들도 전국구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도봉구의원에 출마한 김소희 우리미래당 후보도 “개인 홈페이지를 따로 제작할 여력이 없었는데, 청년정치인들을 모아놓은 번듯한 사이트가 생기니 ‘신뢰가 생긴다’는 분들이 많다”라고 거들었다. 경기도의원에 도전한 신정현 민주당 후보는 정치에 가장 기본인 ‘명분’을 지킬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특정 독지가가 아니라 ‘오직 시민에게만 빚을 지겠다’는 슬로건으로 선거펀드를 시작했다. 누구에게 약자가 되지 않고 당당하게 시민만 볼 수 있어 마음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개인간 금전대차…이자율 3%대
선거펀드는 후원금과 달라 공무원이나 사립학교 교원도 참여할 수 있다. 외국인이나 미성년자도 가능하다. 이름은 ‘펀드’지만 사실 펀드도, 금융상품도 아니다. 일반적인 펀드는 투자금을 주식, 채권에 투자해 손실이나 이익을 투자자에 돌려주는 금융상품으로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는다. 그러나 선거펀드는 원금에 이자를 붙여 돌려주는 ‘개인간 금전대차’다. 한마디로 지인에게 돈을 빌리는 것과 같다. 선관위가 선거펀드에 관여하지 않는 이유다.
이자율은 통상 은행이자보다 약간 높다. 이자율이 너무 높거나 낮으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이 될 수 있어 3% 초중반에 몰려있다. 시중 금리보다는 높기 때문에 이자율만 보고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한 플랫폼 관계자는 “큰 금액을 투자한 이에게 ‘다른 사람도 투자하도록 돈을 조금 빼달라’고 했더니 ‘투자한 만큼 이자를 받을 거라 못 뺀다’고 거절했다”라며 “투자자들이 지지자일 거라 예상했는데 순수하게 이자만 보고 참여한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자수익에 대한 소득세는 은행의 이자소득세율(15.4%)보다 높은 27.5%가 적용된다. 3개월간 3%의 이자율로 100만원을 투자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약 5,440원이다.
상환 시기는 선거 두 달 이후에 집중돼있다. 선거일 60일 후 선관위로부터 선거비용을 보전받은 돈으로 투자금을 상환하는 것이 선거펀드의 기본구조이기 때문이다. 올해 선거보전비용 지급일은 8월 12일이다. 당선되거나 득표율이 15% 이상인 후보자는 선거비용을 전액 돌려받지만, 10% 이상 15% 미만은 절반을, 10% 미만은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빈익빈부익부ㆍ’검은 자금 통로’ 우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아무나 선거펀드를 내놓기 어렵다. 정치 신인이나 유력 정당 소속이 아닌 후보자에게 득표율 15%는 넘기 어려운 벽이다. 선거비용을 보전받지 못할 경우 개인이 갚아야 하는데, 상환에 대한 위험부담이 커지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 2014년 제주도 교육감 선거에 출마하며 선거펀드를 통해 2억5,000만원을 모은 한 후보는 선거비용을 50%만 보전받자 그나마 미납 선거비용 변제에 사용하고 개인회생을 신청해 상환이 이뤄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보전가능성이 높은 후보자에게는 투자가 쏠리고 그렇지 못한 후보자는 외면받는 ‘빈익빈 부익부(貧益貧富益富)’가 나타난다. 자금이 절실한 정치신인이 오히려 자금 조달을 받기 힘든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선거펀드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검은 정치자금 통로가 될 가능성이다. 선거펀드는 1인당 가입금액의 상한이 따로 없다. 상한액을 최대 9,000만원으로 설정한 플랫폼의 관계자는 “후보자 측으로부터 1인당 상한액을 억대로 높이고 싶다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결국 그 후보는 자체 제작한 사이트를 통해 진행했다”고 말했다. 후보 측은 최고투자액수를 밝히길 꺼리는 분위기지만 업계에 따르면 수천만원 이상 투자하는 ‘슈퍼개미’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거액을 투자한 채권자가 일방적으로 채권을 포기할 경우 뇌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선거펀드에는 금융당국이나 선관위가 관여하지 않고 후보측도 회계를 공개할 의무가 없어서 당사자가 문제 삼지 않는 한 적발이 힘들다. 김동일 CROWD공동펀드 대표는 “차용증은 썼지만 안 돌려받겠다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플랫폼에서도 실제 상환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선관위에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1인당 상한액을 설정하고 정산내역 공개의 의무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정희 교수는 “고의든 아니든 부정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면 선관위에서 제도적인 관리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기득권 위주 선거제도 근본 개선을”
“선거자금을 모으는 유용한 방법이지만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치신인은 선거비용 보전을 받기가 쉽지 않으니 결국 개인 돈으로 갚아야 하는데 순식간에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죠. 청년의 정치참여를 확대하려면 근본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선거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해요. 기탁금부터 낮춰야 해요.”
와글의 황수현 매니저는 선거펀드의 활성화 못지않게 고비용의 선거 시스템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 선거제도는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기존 정치인에게 유리하다는 것이 청년 정치인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선거공영제도 더 촘촘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선거운동에 드는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선거공영제에 따라 선거비용 제한액 범위에서 보전대상인 선거비용을 돌려주고 있다. 선거비용의 상한을 정한 선거비용 제한액은 구의원도 4,000만원 이상이고 광역단체장은 수십억원을 넘기도 하는데, 항목을 잘 가려쓰면 대부분 보전받을 수 있다. 그러나 보전받을 자격기준(득표율)이 워낙 높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정치인에게는 ‘눈먼 돈’이지만 정치 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는 것이다. “공보물 제작비는 후보 부담이지만 득표율이 높으면 선거 뒤 돌려받습니다. 당선이 유력한 후보는 제한 장수까지 꽉 채워 찍지만 군소 후보들은 한장짜리도 간신히 찍지요. 선거 때마다 공보물비 ‘부풀리기’ 논란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만큼 세금도 줄줄 새는 것이고요.”
정치 신인들은 선거운동기간(5월31일~6월12일)에 쓴 비용만 보전대상인 점도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자는 “얼굴을 알려야 하는 신인은 3월 초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그런데 예비후보 기간에 쓴 비용은 선거비용 제한액에는 포함되지만 보전대상에선 빠져있어 결국 쓸수록 보전금을 깎아 먹는 꼴”이라며 “반면 현역들은 본선이 코앞에 닥쳐야 후보등록을 하고 해당 기간에 비용을 몰아 써 최대한 보전받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현행 선거제도에 대해 “기탁금이 많고 선거운동비용도 많이 들지만 지지율만 높으면 다 돌려받는 구조”라며 “군소후보 난립을 막는다는 명분이지만 기득권의 정치엘리트에 너무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본 기사는 곽승희 서울시 금천구 구의원 후보의 일상을 동행한 취재를 바탕으로 꾸몄습니다. 취재에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자문을 받아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 작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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