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전문 오승민 화백
현지서 생활하며 공황증 극복
내달 경남국제아트페어 참가
“아프리카에서만 볼 수 있는 원시적인 미와 장식적 측면은 한국적 색채, 선과 서로 일맥상통한다. 아프리카 생활 중에 느낀 감동과 경험을 한국적 색채와 선, 구성으로 표현하고 싶다.” 아프리카 그림 전문 작가로 유명한 오승민(45) 화백은 아프리카 그림을 통해 심신을 치유할 수 있었고 이제 한ㆍ아프리카 민간예술 교류를 통해 보은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내 화가 중 아프리카 그림 전문 화가는 흔치 않다. 천경자 화백이 생전에 유럽과 아프리카, 중남미를 여행하며 스케치와 드로잉 작품을 일부 남겼지만, 아프리카만을 그리겠다는 작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 화백은 이런 점에서 ‘별종’이다.
그는 요즘 아프리카 그림만 그린다. 돌탑을 쌓고 있는 소녀를 그린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대표적이다. 현지인들이 이른 아침 일터로 향하는 모습, 해맑게 웃는 아이들, 동물과 인간의 교감 등 삶의 무게가 느껴지지만 친근한 미소를 잃지 않는 아프리카인들을 묘사하고 있다.
그는 그 동안 그린 작품을 모아 내달 5~8일 창원컨벤션센터(CECO)에서 열리는 경남국제아트페어에 참가할 예정이다. 내년 5월쯤엔 서울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개인전도 계획 중이다.
그가 아프리카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3년 10월. 아프리카 동남부의 소국 스와질랜드에 발을 디디면서부터다. 그는 2000년 대구예술대를 졸업했다. 이후 1년간 영국 유학 후 갑자기 찾아온 공황증으로 고생했다. 이런 고통의 경험을 화폭으로 옮기며 작품활동을 하던 중 스와질랜드에 대학설립을 추진 중인 선교사를 만나 아프리카 생활이 시작됐다. 이듬해 4월까지 그리 길지 않은 아프리카 생활이지만 그는 거기서 큰 영감을 얻었다.
오 화백은 “지천으로 널린 돌에 그림을 그리고, 나무를 깎아 장식품이나 생활용품을 만드는 현지인들의 자연스런 손놀림은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며 “교민 등을 상대로 그림을 가르치며 나 스스로도 작품세계가 한 차원 성숙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 설립은 결국 무산됐지만 그는 자신만의 화풍을 개척했다.
오 화백은 “그 이전까지 작품활동은 고통 그 자체였지만, 아프리카 생활을 통해 육체와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그림도 편안해지고 안정되면서 남들이 알아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편안하고 안정된 아프리카에서 큰 은혜를 입었다는 오 화백은 이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교육 지원과 현지 작가들과 교류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그는 “우리는 아프리카를 가난과 기아, 척박한 땅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여기는 경향이 많지만,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이 충만한 기회의 땅이었다”며 “아프리카 그림으로 한국과 아프리카의 민간예술 교류에 나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대구=김성웅 기자 k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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