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 북미회담 원칙 서한에
“北의 실질적인 조치 있어야만
주한미군 철수ㆍ감축 검토 가능”
매티스 국방, 감축설 확산되자
“아무 데도 가지 않아” 선 그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6ㆍ12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감축ㆍ철수 문제가 북한 비핵화 협상과정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의 거듭되는 부인에도 백악관 고위 관리들의 관련 발언이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는 데다 일부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4일 밤 미 상원 민주당 의원들이 북미 정상회담과 관한 대북 합의에 포함돼야 할 기본 원칙을 제시하면서 주한 미군 문제를 의제로 다룰 가능성을 용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발송하면서 “협상 초반에 주한미군 철수를 양보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실질적인 조치가 있어야만 주한 미군의 철수 또는 감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 카드를 쉽게 내보이지 못하게 하려는 의미로 해석되지만, 북한의 실질적 조치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한국 정부와 협의해 주한 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그 동안 미 의회에서는 여건 변화에 상관없이 미군을 한반도에 주둔시켜야 한다는 데 초당적 합의가 이뤄져 왔다.
북미 접촉에서 주한 미군 감축ㆍ철수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미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만난 직후 주한미군 문제를 논의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은 피하면서도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고 밝혀, 사실상 논의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이 대북제재와 한국 내 주한미군의 철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도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해왔다. 지난달 ‘백악관이 국방부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 옵션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시점에서는 협상 카드가 아니다”고 부인하면서도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따라서 북미 관계 진전에 따라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한 점진적인 논의는 피할 수 없으리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남ㆍ북ㆍ미 3자 종전선언의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북한이 이를 근거로 주한미군 관련 이슈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편 주한미군 감축설이 확산되자,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관련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에게 감축 가능성을 일축하며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도 관련 질문이 나올 때 마다 “지금으로부터 5년 후, 10년 후에 변화가 생긴다면 검토해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민주국가 한국과 미국 사이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