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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이후 최대 시위… 총리 사임 불구 들끓는 요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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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이후 최대 시위… 총리 사임 불구 들끓는 요르단

입력
2018.06.05 17:4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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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삭감ㆍ판매세 인상 이어

소득세 인상 밝히자 반발 속출

4일 반정부 시위대가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세금개혁안 폐기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암만=EPA 연합뉴스
4일 반정부 시위대가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세금개혁안 폐기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암만=EPA 연합뉴스

“지금은 ‘낙타 등을 부러뜨리는 최후의 지푸라기’(파국의 갈림길로 이끄는 분수령) 같은 상황이다.“

요르단 암만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가한 전직 은행장 출신의 가정교사 하나디 드웨이크는 중산층인 자신의 가정도 물과 전기 요금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현 요르단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요르단 학비가 비싸 요르단보다 저렴한 터키에서 대학 생활을 하고 있다는 모하메드 알 하자즈는 “정부가 수백만 달러를 가져갔는데, 그 돈이 지금 다 어디 있느냐”며 “정부가 부패했다”고 비판했다.

요르단에서 아랍권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가 지난주부터 일었다. 요르단 정부가 올 들어 각종 보조금을 삭감하고, 판매세를 인상한 데 이어 지난달 소득세까지 인상하려는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대규모 시위 닷새 만에 요르단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성난 민심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5일(현지시간) 터키 아나돌루통신 등은 하니 물키 총리의 사임 소식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가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수천 명의 시위대는 요르단 수도 암만의 총리 집무실 앞에서 세금개혁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하며 시위를 이어갔다.

요르단 국민들의 인내심이 극에 달한 건 정부가 지난달 연간 1만1,000달러(약 1,180만원)를 버는 사람에게조차 소득세를 인상하는 내용의 세금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다. 정부는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뒤 꾸준히 긴축정책을 펴왔다. 올 초 요르단 정부는 식사용으로 먹는 빵인 피타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165개 제품에 대한 판매세 인상을 단행했다. 수도 및 전기요금도 50% 이상 올렸다. 그 결과 물가와 각종 요금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크게 늘었다.

다만 시위가 차츰 잦아들 가능성도 있다. 칼날이 권력의 정점인 압둘라 2세 국왕까지는 향해 있지 않고 국왕이 새로운 총리로 지명한 오마르 알 라자즈 교육 장관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있어서다. 미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경제학자 라자즈 장관은 저소득층이 타격을 입는 시장 중심의 개혁 정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싱크탱크인 카네기중동센터의 마하 야하 국장은 “신임 총리 지명자는 존경 받는 인물”이라며 “요르단 사람들은 새 총리와 새 정부에게 기회를 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인 샤다 알 힌디는 “우리는 국왕을 사랑한다”며 “그는 괜찮지만 그 주위에 있는 이들이 나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르단은 입헌군주제이긴 하지만 국왕이 총리 지명권을 갖는 등 국왕의 권한이 강한 나라다. 총리는 국왕의 감독 하에 내각을 구성하게 된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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