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팅볼 던져주고 말동무 해주고
분위기 이끌며 원포인트 레슨까지
선수들 “존재만으로도 동기 부여”
LG가 다시 7연승을 질주하며 순항하고 있다. 마운드에 강점이 있는 팀이지만 지난달 초 8연패 위기를 딛고 다시 일어선 원동력은 막강 타선이다. 믿었던 불펜이 흔들릴 때도, 뜨거운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전체 2위인 팀 타율(0.304)은 3할을 훌쩍 넘어 1위 KIA(0.305)와 단 1리 차다. 물론 지난 시즌에도 초반엔 좋았다. 그래서 속단은 이르지만 선수들의 여유 있는 표정에서 그 때와는 또 다른 안정감이 느껴진다.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거침 없이 휘두르는 LG의 야수들은 분명 한 단계 성장했다.
그 바탕에 깔린 류중일 감독의 ‘믿음’과 함께 경험이 일천한 야수들의 성장을 도운 조력자, 이병규 ‘초보’ 타격코치의 역할을 빼 놓을 수 없다. LG의 홈 경기가 있는 날 이 코치는 가장 먼저 잠실구장에 출근한다. 선수 말년엔 대선배이자 레전드였지만 지금은 ‘막내’이자 보조 코치라는 본분에 충실하기 위함이다. 그는 구단 직원들도 출근 전에 경기장에 나가 신경식 메인 타격코치를 비롯해 ‘선배 코치’들을 맞을 준비를 한다. 연습이 시작되면 티를 올려주는 건 기본, 배팅볼도 던져 주고 때로는 유쾌한 농담으로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양석환은 “선수 때는 워낙 크게 보여 다가가기 힘든 면도 없지 않았지만 코치님으로 계시니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김현수가 좋은 타격을 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면 가장 크게 반겨주는 사람도 이 코치다.
나서지는 않지만 선수들이 물어오면 세심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중심타자로 자리 잡은 채은성은 “가끔 기술적인 부분을 원포인트로 짚어 주시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양석환은 “꼭 필요할 때만 한 마디씩 해 주시는데 그 한 마디가 크게 와 닿는다. 워낙 대단했던 분 아닌가.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이병규 선배님의 존재만으로 큰 동기 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류 감독이 지난해 11월 친정팀에 돌아온 이 코치의 보직을 두고 고심 끝에 2군 메인 타격코치가 아닌 1군 보조 타격코치로 정하면서 원했던 그림이 바로 이것이다. 레전드인 이 코치가 미칠 긍정적인 파급 효과, 이 코치의 소통 능력를 기대했다.
이 코치의 복귀를 가장 반긴 이는 최고참 자리를 물려 받은 주장 박용택이다. 네 살 터울의 후배 손주인(삼성)과 이병규(롯데)가 팀을 옮기면서 박용택은 야수 중 바로 아래인 김용의, 임훈과도 여섯 살 차이나 난다. 최근 슬럼프까지 겪은 박용택은 “그냥 말동무해주는 것만으로 든든하다”고 말했다.
이 코치가 ‘티칭’보단 ‘코칭’에 중점을 두는 이유는 분명하다. 2군 코치가 아니라 1군 코치이고, 메인 코치가 아니라 보조 코치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선수들 스스로 야구에 대한 절실함을 갖게 만들어주고 싶어서다.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지난해 1년 간 마이크를 잡고 시야를 넓힌 이 코치는 “밖에서 야구를 보면서 많은 걸 배웠다. 현장에 돌아와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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