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사려면 두 동양인이 운영하는 가게로 가야 돼, XXX들(Everytime I wanna go get a fucking brew, I gotta go down to the store with a two Orientals, Motherfu***). 투팍(1971~1996) 등과 미국 서부 힙합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래퍼 겸 배우 아이스 큐브가 1991년 10월 낸 앨범 ‘데스 서티피커트’에 실린 곡 ‘블랙 코리아’의 랩 일부다. 제목으로 한국을 콕 집어 이런 내용이 담긴 랩을 해 반한 감정을 부추겼다. 같은 해 3월 로스앤젤레스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두모씨가 흑인 소녀가 음료수를 훔치려 했다며 다투다 총으로 쏴 소녀를 숨지게 해 흑인 사회에서 한국인에 대한 적의가 들끓었을 때 낸 곡이었다.
아이스 큐브는 곡에서 “흑인들의 주먹에 경의를 표하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 상점을 불태울 테니. 우리의 거리를 블랙 코리아로 만들 수 없으니까(So pay respect to the black fist/Or we’ll burn down your store/Cause ya can’t turn the ghetto into the Black Korea) “라며 한인 사회를 향해 분노를 표했다. 지금은 한국 힙합의 대부가 된 래퍼 타이거JK가 당시 이 곡을 듣고 분해 한국인에 대한 편견을 부수는 노래 ‘콜 미 타이거’를 발표한 건 유명한 일화다. ‘블랙 코리아’가 나온 뒤 5개월이 지난 이듬해 4월 로스앤젤레스에선 흑인 폭동으로 한인 타운이 쑥대밭이 됐다. 그래서 아이스 큐브와 이 노래는 미국 한인 1세대와 한국에 강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블랙 코리아’를 외쳤던 아이스 큐브의 한국 공연이 추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아이스 큐브는 오는 10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에서 열리는 대형 음악 페스티벌 울트라 코리아 2018(울트라 코리아)에 간판 출연자로 무대에 선다.
27년 전 일이지만, 한국에 큰 상처를 남긴 음악인의 내한 공연 소식을 바라보는 국내 음악팬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최근 온라인엔 ‘ ‘블랙코리아’를 부른 큐브가 한국을 온다고? 여기 오는 큐브나 (페스티벌) 주최자나 무슨 생각입니까?’(ac***********)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국인을 모욕하고 흑인 폭동을 선동한 것으로 여겨지는 가수를 한국에 초청하는 게 비상식적이라는 비판이다. 국내에서 공연 기획 일을 하는 A씨도 “큐브 출연은 정서상 무리수인 것 같다”고 했다. 전성기를 한참 지난 래퍼를 굳이 한국 공연에 섭외해 구설의 실마리를 제공한 주최 측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울트라 코리아는 미국 마이애미에 본사를 둔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의 한국 공연이다.
아이스 큐브의 내한 공연 추진을 불편해하는 시선에 대해 페스티벌 측은 그의 출연이 크게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울트라 코리아 관계자는 5일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이스 큐브가 ‘블랙코리아’를 낸 뒤 미국 한인회에 가서 사과를 한 걸로 알고 있다”며 “아이스 큐브가 이후 한국인을 존경한다고 말하고 미국 한인사회에서도 그를 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한 흑인음악 평론가는 “아이스 큐브가 이번 무대에서 관객들에 어떤 얘기를 하는지 등을 지켜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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