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설계도 ‘소스코드’
8000만개 공유해 협업하는 공간
클라우드에 활용하려 인수 추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픈소스 기반 코딩 사이트 ‘깃허브(Github)’를 품에 안을 태세다. 약 8,000만개의 오픈소스 코드 저장소를 확보하게 되면 MS는 세계 최대 오픈소스 사업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블룸버그ㆍ씨넷 등 외신들은 3일(현지시간) MS가 깃허브 인수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는 평소 오픈소스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 주도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인수 금액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빠르면 4일(현지시간) 인수 사실이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2008년 설립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깃허브는 세계 최대 오픈소스 코드 커뮤니티로, ‘개발자들의 놀이터이자 성지’ ‘개발자 세계의 페이스북’ 등으로 불리는 서비스다. 소프트웨어(SW)를 구성하는 소스코드를 온라인 저장소에 올려 전세계 개발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준다. 개발자들은 깃허브에 올려진 소스를 복사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등 자신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한 입장에서는 전세계 수많은 개발자들이 들여다보고 지적한 버그 등 개선사항을 수시로 반영해 효과적으로 유지ㆍ보수가 가능하다.
깃허브의 최대 장점은 개발자들 간의 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깃허브가 기반으로 하는 소스코드 관리 시스템인 ‘깃(Git)’은 누가 어떤 코드를 만들어 올렸으며 이것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갔는지 기록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수천 명의 개발자가 함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더라도 모두 추적이 가능해 개발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깃허브는 검색 기능 등을 통해 깃 시스템을 사용하기 편하도록 대중화하면서, 동시에 댓글 기능이나 ‘최근 가장 인기 있는 프로젝트’ 등 소셜 기능을 통해 개발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했다. ‘깃허브가 오픈소스 개발에 입문하는 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깃허브에는 올해 3월 기준 전세계 약 2,700만 명의 개발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개인과 기업이 만들어낸 오픈소스 코드 저장소 8,000만개를 호스팅하고 있다. 2015년 기업 가치를 20억달러(약 2조원)로 평가 받기도 했다. 개인은 물론, 구글ㆍ애플 같은 정보기술(IT) 기업, 미국 조달청(GSA) 같은 정부기관까지 전세계 대부분 개발자들이 깃허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는 MS도 마찬가지여서, 지난해 MS는 ‘코드플렉스’라는 내부 코드 저장소를 폐쇄하고 깃허브로 모든 오픈소스 코드를 옮겼다. 최근 많은 IT기업에서 이력서 대신 깃허브 계정을 요구하는 등 개인의 포트폴리오로 기능하기도 한다.
어떤 기업에도 치우치지 않은 중립을 유지했던 깃허브였기에, 이번 인수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있다. MS가 깃허브 운영에 간섭하거나 내부로 완전히 편입하려고 한다면 현재 깃허브를 이용하고 있는 구글 아마존 등 다른 기업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IT업계 종사자는 “개발자들의 힘으로 만들어놓은 깃허브의 협업 생태계를 대기업인 MS가 망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MS가 깃허브를 인수하려는 이유는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 ‘애저(Azure)’와 깃허브의 수많은 오픈소스 코드가 만났을 때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깃허브를 이용하는 전세계 개발자들이 MS의 클라우드 환경을 활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16년 MS가 31조원을 들여 링크드인을 사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MS는 이번 인수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전망이다. 계속된 적자와 CEO 부재 등 깃허브가 처한 경영난도 인수 논의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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