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조립 공장 건설 등 논의
협상단에 공무원 4명만 참여
새 노사관계 임금체계 등 놓고
전문성 협상력 약화 도마 올라
현대차에 끌려 다니나 우려 나와
市 “필요하면 전문가 투입 검토”
광주시가 자동차 위탁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법인(공장) 설립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 참여 의향을 밝힌 현대자동차로부터 실제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투자협상단을 본격 가동했다. 4일 현대차 본사를 방문한 광주시 투자협상단은 19일 현대차와 상호 협력 양해각서(MOU)보다 한 단계 진전된 협약 체결을 검토하는 등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투자협상단이 외부 전문가도 없이 공무원들로만 구성돼 대외협상력 약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더구나 그간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한 합작법인 설립 프로젝트를 설계해왔던 박병규 경제부시장이 협상단에서 제외되면서 ‘패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시는 지난 1일 시와 다수기업이 참여하는 자동차 위탁생산 법인 설립 사업에 참여 검토 의향을 밝힌 현대자동차와의 실무 협상을 위해 투자협상단을 구성했다. 시는 당시 현대차의 사업 검토 의향을 실제 투자 의지로 바꾸기 위해 시와 관계기관, 전문가를 중심으로 투자협상단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협상의 주요 골자를 확정 짓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시는 당초 계획과 달리 협상단을 공무원들로만 구성했다. 실제 정종제 행정부시장이 단장을 맡은 협상단엔 기획조정실장과 전략산업본부장, 자동차산업과장만이 참여하고 있다. 시가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세울 자동차 위탁조립 공장엔 적정 수준의 임금과 노동시간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자는 광주형 일자리 정책을 적용할 예정이어서 새로운 노사관계나 임금체계 도입, 원ㆍ하청관계 조성이 불가피하지만 이와 관련한 전문가들은 없다. 또 신설 자동차 위탁조립 공장의 수익구조에 영향을 미칠 차량의 생산원가와 현대차에 대한 배당 수익, 지역 부품업체들의 납품 단가 책정 등을 둘러싼 재무ㆍ회계 및 자동차산업 분야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이들 역시 협상단엔 빠져 있다.
시는 “일단 (협상을)지켜봐 달라. 필요하면 관련 전문가 추가 투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대기업을 상대로 한 시의 협상 태도가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시가 향후 협상 과정에서 현대차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실제 자동차 위탁생산 공장 근로자 임금 문제를 놓고 벌써부터 이런 분위기는 감지된다. 시의 한 관계자는 “시가 지역 노조를 설득해 신설 자동차 위탁생산 공장 근로자 임금(연봉)을 현대차의 절반 수준인 평균 4,000만원대로 설계했지만 정작 현대차는 이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시가 현대차의 요구를 수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시와 현대차가 이미 협상안의 큰 얼개를 짜놨지만 현대차의 위탁생산 차량 배정을 지속적으로 담보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는지 여부와 생산 차종 등 협상의 주요 쟁점에 대한 시의 대응 내용이 상당히 허술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병규 경제부시장은 “위탁생산 공장 운영에 따른 이윤 배분과 생산단가 산정 문제 등에 대한 시의 협상 내용이 허술하게 되면 자칫 광주시만 손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조속히 노사와 재무, 자동차산업 분야 전문가들을 협상단에 포함시켜 협상 내용을 현대차와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 기아자동차 노조 광주지부장 출신으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박 경제부시장을 협상단에서 빼 논란이 일고 있다. 시 관계자는 “경제부시장이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윤장현 광주시장과 함께 30일 임기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데다, 현대차와의 협상이 1~2개월 안에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만큼 행정부시장이 협상단장을 맡게 됐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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