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집에 있는 유선 전화기로 걸려오는 전화 중 상당수는 여론조사를 위한 것이다. 가끔 택배기사 전화가 있긴 하나 휴대폰이 보급된 이후 가족이나 친지 친구가 가정용 전화기로 연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화가 와도 받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벨소리가 시끄러워 잠시 들어보곤 여론조사일 경우 바로 끊어버린다. 그럴 때마다 누가 이런 조사에 답하길래 저렇게 열심히 전화를 돌려대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나마 ARS(자동응답 설문조사) 방식일 때가 대부분이라 여론조사 결과가 제대로 나올까 의심이 든다.
▦ 그 때문에 여론조사에서는 응답률이 자주 시비의 대상이 된다. 응답률은 응답자 수를 응답자와 무응답자의 합계로 나눠 100을 곱한 것이다. 응답하건 하지 않건 전화로 접촉한 사람 중에서 응답을 한 비율이다. 표본이 1,000명이고 응답률이 10%이면 1만 명을 대상으로 전화를 돌려 응답을 받거나 못 받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응답률이 1%대로 내려갈 정도로 저조할 때가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문제가 됐던 응답률 1.7%짜리 조사는 무려 4만8,204명에게 전화가 닿았지만 응답자 수는 810명에 불과했다.
▦ 물론 응답률이 높다고 신뢰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조사 방식이나 표본 추출 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얘기다. 하지만 응답률이 너무 낮으면 정확한 여론을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방선거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률이 1~20% 구간이지만 5% 이하가 대부분이다. 모집단의 수가 크면 클수록 조사 결과가 현실에 가까워진다는 ‘큰 수의 법칙’에 위배되는 현상이다.
▦ 여심위가 마련한 선거여론조사 기준에 따르면 전국 단위 선거조사는 표본이 1,000명 이상, 광역단체장 선거나 시ㆍ도 단위 조사는 800명 이상,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나 자치구 시ㆍ군 단위 조사는 500명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응답률은 별도 기준이 없다. 응답률은 국내는 물론 외국 여론조사에서도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 응답률이 너무 낮은 조사는 언론이 공표를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보도 가능한 응답률 기준을 50%로 하자는 주장까지 있으나 비용과 시간이 문제다. 그나마 며칠 뒤에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돌입한다. 선거일 6일 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깜깜이 선거’가 되는 것도 답답하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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