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산림청 산하기관에서도 전임 이사장에 의한 채용비리와 보조금 부당 집행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전 이사장 남모(63)씨를 업무방해(부정채용) 혐의와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5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씨는 2014년 9월부터 산림청 특수법인인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의 비상임이사장으로 재직하며 센터가 위탁운영 중인 국립산악박물관의 직원 채용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다.
남씨는 이사장 취임 직후 박물관 전시기획 실장에 자신의 지인 A씨를 내정한 뒤 이를 박물관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이에 박물관장을 비롯한 박물관 학예사들이 “A씨는 경력과 능력이 되지 않으니 공개채용을 통해 더 나은 전문가를 채용하라”고 직언했으나 남 전 이사장은 “특별채용은 이사장 권한”이라며 A씨 채용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특별채용이라 할지라도 의무로 거쳐야 할 인사위원회 개최, 면접 전형, 서류심사 등 관련 절차도 모두 생략됐다.
남 전 이사장은 2014년 ‘아름다운 숲길 인증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7,000만원의 예산 중 절반이 넘는 4,230만원을 부당 집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애초 예산 계획에 ‘상금’ 항목으로 책정돼 있던 금액을 자신이 이사장 겸직으로 있는 잡지사 기획ㆍ홍보에 지원하고 관련 책자 제작에 사용했다. 예산을 변경 집행한 내용은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다.
대전 대덕구 비래동에 자리한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는 등산문화 확산과 국민 등산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2008년 7월 설립한 산림청 산하 정부인가 법인이다. 등산트레킹 교육, 숲길 조성관리, 산하에 국립산악박물관과 국립등산학교 설립 운영ㆍ관리를 맡고 있다. 센터는 남 전 이사장 이외에도 지난달 8일 현 이사장이 자신의 측근을 센터 간부로 채용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특혜 시비에 휘말린 바 있다. 전ㆍ현직 이사장이 모두 채용 잡음에 휘말리자 산림청은 “이사장과 가까운 사람이 채용되는 시비를 없애기 위해 외부 인사를 늘리는 등 채용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해명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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