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쑥뜸 시술은 의학 전문지식 없어도 할 수 있다”
무면허 뜸 시술을 한 혐의로 기소된 구당 김남수(104) 선생의 제자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 동안 유사한 혐의로 기소된 구당 선생의 제자들에게 벌금형이나 선고유예가 내려져 오다 무죄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향후 비슷한 사건 판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안희길 판사는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등 구당 선생의 제자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씨는 1999년부터 1년여 간 구당 선생에게 뜸 뜨는 법을 배운 뒤 2008년부터 몇몇 지역 주민들과 뜸방 모임을 시작했다. 전문 의료지식은 없지만 비용이 거의 필요 없는 전통요법으로 서로의 몸을 돌보자는 뜻에서 시작한 이 모임 회원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서로에게 뜸을 떠줬다.
뜸 재료는 모임에서 공동으로 구매했고, 뜸을 떠주는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다. 몸이 불편하다며 찾는 주민들에게 뜸을 떠주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 ‘A씨가 불법 의료 행위를 한다’고 신고했고, 법원은 A씨 등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벌금 15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약식명령은 범죄 혐의가 무겁지 않다고 판단될 때 공판절차 없이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하는 절차다.
하지만 A씨 등은 이런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정식 소송절차를 밟아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안 판사는 “쑥뜸 시술에 사용한 라이터나 향 등 기구, 시술 내용은 의학적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없어도 일반인이 직접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의료인이 아닌 사람에게 그와 같은 시술 행위를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공중 위생에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결 사유를 설명했다.
안 판사는 뜸방모임에서 특정 질병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처방 시술을 했거나 쑥뜸 시술이 의학적 효과가 있다는 등의 광고를 했다는 증거나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무죄 판결 사유로 들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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