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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훈련 비난ㆍ탈북자 송환 요구’ 변죽 때리는 북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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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훈련 비난ㆍ탈북자 송환 요구’ 변죽 때리는 북한, 왜?

입력
2018.06.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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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고위급회담선 거론 않고

매체 보도ㆍ국제기구 호소로

수위 조절하며 우회적 압박

“판 안 깨고 명분 쌓기 의도”

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조명균(오른쪽)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1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회담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북미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적대 정책 철회를 미국에 촉구 중인 북한이 남측을 상대로도 해빙 분위기에 걸맞은 성의 표시를 재촉하고 나섰다. 군사훈련 중단과 탈북자 송환이 요구 내용이다. 다만 정곡을 찌르는 대신 변죽을 울리는 형국이다. 할 얘기는 하면서도 회복세인 남북관계가 망가지지 않도록 조심하되 언제 재연될지 모르는 관계 경색에 대비, 면책 명분도 쌓기 위한 이중 포석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6면에 게재한 개인 필명 ‘정세론 해설’을 통해 남측의 환태평양연합군사훈련(RIMPACㆍ림팩) 참가와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겨냥해 “(남북 정상 간) 판문점선언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두 군사훈련을 차례로 거론한 뒤 이런 행위가 군사적 긴장 상태의 완화와 전쟁 위험의 해소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판문점선언에 명백히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문은 “지금 북과 남에는 서로 손잡고 판문점선언을 이행하여 조선반도(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공고한 평화를 실현해 나가야 할 중대한 과제가 나서고 있다”며 “대화와 대결, 평화와 전쟁연습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북한 매체의 군사훈련 성토는 처음이 아니다. 1일에도 북한은 대남 선전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우리 군의 림팩 참가를 비난했고, 지난달에는 한미 공중연합훈련 ‘맥스선더’ 등을 빌미로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당일 무산시킨 바 있다.

2016년 중국식당에서 일하다 집단 탈북한 종업원들을 돌려보내라는 북한의 요구도 거듭되고 있다.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가 지난달 30일 공보문을 내고 탈북 종업원 송환과 이를 위한 유엔 인권기구의 조치를 촉구했다고 2일 보도했다.

북한 대표부는 공보문에서 “남조선 당국은 박근혜 정권이 감행한 전대미문의 반(反)인륜적 만행을 인정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엄하게 처벌해야 하며 우리 공민들을 지체 없이 돌려보내는 것으로써 북남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달 10일 국내 종합편성채널 JTBC 보도로 탈북 종업원들의 ‘기획 탈북’ 의혹이 제기된 뒤 같은 달 19일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의 기자와의 문답으로, 29일에는 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각각 탈북 종업원 송환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정작 북한은 1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는 두 문제를 쟁점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급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한미 군사훈련 문제는 오늘 회의에서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탈북 종업원 송환 문제에 대해서도 “북측이 여종업원 문제를 오늘 얘기하지 않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남북 당국이 마주한 탁자에서는 해당 문제를 정면 거론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북한의 태도에는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확정되는 등 북미관계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남북 간에도 판문점선언 이행 방안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마당에 자기들이 판을 깨지는 않겠지만 체제와 관련한 이슈에 대해선 양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입 다물고 있던 현안들이 남측의 안이(安易)와 남측 언론 보도로 불거지자 북한도 체면상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회담에서 한미 훈련과 탈북 종업원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건 판문점선언 이행 문제를 잘 풀어보겠다는 전향적 자세 때문이었을 것”이라면서도 “두 문제는 남북, 북미 관계가 다시 경색될 경우 북한이 판을 깨고 한미에 책임을 전가하는 데 가장 강력한 카드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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