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 자회사 거느린 중국 에너지 그룹 CERCG
자회사 회사채 부도로 국내 ABCP도 동반부도 우려
정상회사가 지급 보증 의무 이행 안 하는 건 이례적
국내 금융사 중국 CERCG 본사 찾아 사태 해결 촉구
중국 에너지기업인 차이나에너지리저브&케미컬그룹(이하 CERCG) 산하 자회사가 회사채 상환에 실패해 부도를 내면서 국내 증권가가 발칵 뒤집혔다. 국내 증권사 2곳이 부도가 난 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1,650억원어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했는데, 지급보증을 섰던 모회사 CERCG가 채무 상환에 나서지 않으면서 ABCP를 사들인 국내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 7곳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ABCP 발행 주관사와 채권단 등이 4일 중국 CERCG 본사를 찾아 사태 수습에 나서기로 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ABCP 발행 주관사인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 해당 어음에 신용등급을 부여한 나이스신용평가, 최대 투자자인 현대투자증권 관계자는 4일 중국 CERCG 본사를 방문해 이번 자회사 부도 사태 해결을 촉구할 계획이다. 지급보증을 선 회사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선진국 자본시장에선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 CERCG는 중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2010년 세워진 에너지ㆍ화학 그룹으로, 국내외 30개에 달하는 자회사를 거느리는 대형 회사다. 그런데 최근 CERCG 자회사인 CERCG오버시즈캐피탈이 3억5,000만달러(약 3,8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대해 부도를 선언했다. 지급보증을 선 CERCG가 채무상환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CERCG의 또다른 홍콩 자회사가 발행한 회사채 역시 크로스디폴트(동반부도)가 났다.
앞서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지난달 8일 이번에 동반부도가 난 회사채를 자산으로 한 ABCP를 발행했다. 현대투자증권(600억원)을 비롯한 국내 증권사 5곳이 이자수익을 기대하고 이 ABCP에 100억~200억원씩 투자했다. KTB자산운용,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 2곳도 증권사로부터 260억원어치를 사들여 3개 공모펀드에 해당 ABCP를 편입했다. CERCG가 끝까지 지급보증을 거부할 경우 국내 발행된 ABCP 역시 동반 부도가 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개인투자자 피해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태가 기관간 거래에서 벌어진 문제여서 불완전판매 이슈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관사가 ABCP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부도 가능성 등을 면밀히 살피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관투자자 간 대규모 소송전이 뒤따를 가능성은 큰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4일 CERCG와의 면담에서 얼마나 채무 상환을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피해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일단 면담 결과부터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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