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자체 발생 오염물질 거의 없어
국내요인 뺀 순수 농도 측정 가능
지난 4월4일 중국 고비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서해로 넘어오면서 6일 오전 10시 백령도와 연평도에서 황사가 관측됐다. 미세먼지(PM10) 농도는 백령도 125㎍/㎥, 연평도 145㎍/㎥였다. 그로부터 3시간 뒤 올해 처음으로 서울, 경기지역에 황사가 관측되면서 PM10 농도는 서울 157㎍, 수원 166㎍까지 치솟았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 대기오염집중측정소는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관측할 수 있는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다. 중국발 대기오염물질이 편서풍 기류를 타고 한반도로 유입되는 길목에 있기 때문이다. 백령도 측정소에서 근무하는 최진수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연구과 연구원은 3일 “대기오염 물질은 보통 이곳 백령도를 지난 뒤 약 4시간 뒤면 수도권에 도달해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백령도 측정소는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2008년 대기오염 물질 측정을 위해 처음으로 세운 곳이다. 첫 측정소가 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인천항으로부터 서쪽으로 약 170㎞, 중국 산둥반도로부터 동쪽으로 약 180㎞ 떨어져 있는 백령도는 지리적 이점도 있지만 군인을 포함한 인구가 1만명 안팎이라 섬 자체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거의 없다. 때문에 국내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의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배경농도’를 측정할 수 있고, 중국 등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장거리 이동대기오염물질을 감시하는 데에도 최적의 장소다.
이를 위해 백령도 측정소에는 미세먼지(PM10, PM2.5) 농도뿐만 아니라 PM2.5의 상세 구성성분 등을 측정할 수 있는 36종, 29억원 어치의 다양한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백령도에서 검출되는 미세먼지 가운데 중국발 물질은 심할 때는 전체 80%에 달하고 북한발은 평균 12∼15% 수준이다. 하지만 러시아에서 산불이 발생하면 이곳의 대기오염 농도가 높아지는 등 중국 이외의 장소에서 비롯된 대기오염도 관측이 된다.
앞으로 백령도 측정소의 임무는 더 중요해진다. 환경부는 백령도 측정소에 미세먼지 측정 외에 불화수소, 염화수소 등 유해 가스상 물질을 측정하기 위한 장비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측은 “중국 등 국외에서 화학사고가 발생할 경우 유해 물질의 국내 유입 가능성에 대한 관측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유해 가스상 물질 측정 장비 도입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