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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몰카 유출범에 “홍본좌님”… 성폭력 2차가해 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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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몰카 유출범에 “홍본좌님”… 성폭력 2차가해 도 넘었다

입력
2018.06.03 2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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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카페 만들어 인격 모독

근거 없는 악성 댓글은 기본

가해자 옹호하며 피해자로 둔갑

변호사 선임 위해 모금활동까지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성희롱 피해자 홍본좌 무죄석방' 카페. 카페 홈페이지 캡처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성희롱 피해자 홍본좌 무죄석방' 카페. 카페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30일 포털 사이트 다음에 ‘성희롱 피해자 홍본좌 무죄석방’ 온라인 카페가 개설됐다. 카페 이름에서 ‘홍본좌’는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몰카를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로 지난달 12일 구속된 여성 모델 안모(25)씨. 개설 나흘 만에 440여명이 가입한 이 카페 회원들은 홍익대의 ‘홍’과 어떤 분야에서 출중한 사람을 뜻하는 ‘본좌’를 합쳐 안씨를 추켜세우고 있다.

이들은 사건 가해자가 남성 모델이며, 몰카 유출범인 안씨가 오히려 성희롱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남성 모델이 성기를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 공연음란죄에 해당한다는 것. 운영진은 카페 공지사항을 통해 ‘언론에 의해 일방적으로 몰카범으로 찍혀 버린 홍본좌님이 사실은 성희롱 피해자였다는 진실을 널리 알리겠다’며 ‘홍본좌님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공지사항에 따르면 관련 시위를 위해 지난달 말까지 350만원이 모금됐으며, 안씨 변호사 선임을 위한 추가모금도 진행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몰카 유출 등 성폭력 사건에 대한 인터넷 상 2차 가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피해자를 향한 근거 없는 악성 댓글은 기본이고, 가해자를 옹호하며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몰기도 한다.

‘피팅모델 성추행’ 사건도 마찬가지 양상이다. 피팅모델 아르바이트 중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유튜버 양예원씨와 가해자로 지목된 스튜디오 실장 A씨 간 진실공방이 격화되는 와중에 양씨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A씨가 양씨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겠다는 내용의 기사에 일부 네티즌은 ‘사장님 얼마나 힘들었을까. 본때를 보여주세요’ ‘응원합니다’라며 A씨를 옹호하고, ‘꽃뱀’ ‘쓰레기’ 등 양씨를 인격적으로 모욕하고 있다. ‘양예원 사진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양예원 노출) 사진 또 보고 왔는데 강제로 이런 표정 나올 수 없다’는 내용의 2차 가해도 있다.

성폭력 피해자를 경악하게 할 악성 댓글은 차고 넘친다. 대학교수가 학생을 상대로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한 기사엔 ‘학생들도 즐겼다’ ‘교수가 성추행 저질렀는데 여성들이 끽소리 못했다는 사실에 대리만족 해야겠다’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식을 벗어난 악성 댓글은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폭로하는 걸 주저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 된다”며 “온라인 상이라고 하더라도 2차 가해의 대상이 되는 피해자가 특정된다면 형법상 모욕죄와 명예훼손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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