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민간 경제 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이 “우리나라가 경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라 심각한 불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 연구원의 평가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경기 회복 지속)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경기 침체 초입)의 대립으로 불거진 경기 위기 논쟁이 민간 영역으로 번지며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연구원은 3일 발표한 올해 2분기(4~6월)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국내 경제 상황은 경기 후퇴 국면에서 경기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며 “애초 예측했던 경기 하강 속도를 넘어서는 것으로 급격한 불황 국면의 도래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통상 경기 하강 국면은 성장세가 여전히 장기 평균보다 높은 후퇴기를 거쳐 장기 평균을 밑도는 침체기로 진행되는데, 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이미 내리막(하강)이고 그 수준 또한 평균 아래(침체)로 내려앉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현재 상승 국면에 있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진단이다.
연구원은 침체 도래의 판단 근거로 ▦경기 동행ㆍ선행 지수 하락세 ▦고용 부진 ▦설비·건설투자 침체 확실시 ▦기업심리 악화 등을 꼽았다. 경기 현황 지표들로 구성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017년 5월(100.7)을 정점으로 지난 4월 기준값(100) 아래인 99.7로 떨어졌고, 경기 향방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또한 2017년 7월(101.2)을 정점으로 지난 4월 100.0으로 떨어졌다. 우리 경제가 올해 1분기 1.0% 성장(전기 대비)을 기록하는 등 외형상으론 양호하지만, 이러한 경기종합지수가 길게는 1년째 하향세인 만큼 지금을 경기 하강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1분기 성장률 반등에 크게 기여했던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선행지표인 수주액 지표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고, 수출 실적 회복 또한 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등의 단가 상승 덕분이지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연구원의 진단이다. 또 소비가 올해 들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 증가에 힘입은 바가 큰 터라 ‘신차 효과’에 기댄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보고서는 “경제 상황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기업의 ’투자절벽’ 도래 ▦가계부채의 소비 제약 ▦수출경기 양극화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 등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이러한 위험요인 중 상당수가 현실화할 경우 수년 내 불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는 매우 부진한 상황”이라며 “이는 국내외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일각의 진단과 달리 기업들이 경기를 불안하게 여기고 있는 데다가 공급과잉 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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